[쿠키 연예] SBS ‘대물’이 안방극장을 강타하고 있다. 프로듀서와 작가 교체라는 내홍을 겪고 있으면서도 연일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미 광고는 완전 판매 상태다.
첫 방송을 시청률 17%(TNmS 기준)로 시작한 ‘대물’은 2회 만에 20%를 넘었고, 4회 현재 23%대를 기록하고 있다. KBS ‘제빵왕 김탁구’, ‘추노’에 이어 시청률 30% 돌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SBS 연기대상은 고현정이 따 놓은 당상이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작품성 논란=‘대물’은 박인권 화백의 동명 만화를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여성 인권 변호사가 하류 세력의 도움을 받아 사회악과 맞서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우리나라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는 원작 설정과 드라마는 차이가 있다.
고현정 역할은 변호사에서 아나운서로 바뀌었고, 권상우 역할은 당초 제비에서 검사로 변했다. 이수경이 맡은 큐레이터 역할은 아예 새로 삽입했다. 원작과 아예 다른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방송 초기지만 ‘대물’은 여성 대통령이라는 소재를 통한 높은 시청률과 별개로 완성도가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많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이나 ‘커맨더 인 치프’ 등에 비하면 수준 미달이라는 혹평도 쏟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대물’은 사전 제작되기는 했지만 그다지 많은 회차를 녹화하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프로듀서와 작가까지 교체됐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정치적 외압설까지 흘러 나온다. 당연히 작품성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정치 현실 불만, 대물 통해 카타르시스 경험=원작 만화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그리 높지 않은 완성도지만 ‘대물’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한류스타 비 주연의 ‘도망자’가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을 정도다.
‘대물’의 인기는 유난히 정치 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대물’ 이전에도 ‘조선왕조 오백년’, ‘용의 눈물’ 등 사극 장르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제1~5공화국’ 등 현실 정치를 브라운관에 옮긴 드라마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물’ 역시 권력간 치열한 암투를 소재로 한 정치 드라마 특유의 흡인력을 바탕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도 드라마 인기를 부채질 하는 요소다. 극 중 서혜림이 “우리는 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합니까”라고 외치는 대사에는 약자를 대변하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정의로운 정치인 캐릭터가 숨어 있다. 현실정치에서 불만을 가진 시청자들이 대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이다.
배우 고현정 개인의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모래시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고현정은 2005년에 방송된 복귀작 SBS ‘봄날’(28%·이하 평균 시청률)을 시작으로 2006년 MBC ‘여우야 뭐하니’(18%), 2007년 ‘히트’(18%), 2009년 ‘선덕여왕’(30%)에 이르기까지 출영한 드라마가 모조리 히트하고 있다. 개인 사생활과 별개로 성별과 연령대를 아우르는 인기가 강점이다.
△특정 정치인 연상시키는 '정치 마케팅'=일부에선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소재를 현실 정치와 연결 짓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차기 대선 지지율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필두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등 유력 여성 정치인이 현실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박 전 대표가 노골적으로 연상된다는 반응도 많지만, 고현정이 맡은 역할 자체가 허구적이고 박 전 대표의 정치 인생과 전혀 닮지 않았다는 의견도 많다. 원작 주인공이 인권 변호사라는 점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상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