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온라인 여론이 심상찮다.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트위터에는 연일 G20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쇄도하고 있다. 단순한 반(反) 정부 성향적인 게시물 보다는 각종 제한 조치에 따른 불만이 들끓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원성은 각양각색이다. G20이 열리는 11일과 12일 지하철 2호선은 삼성역을 무정차 운행한다. 코엑스 주변 한국무역센터와 종합전시장 등 6개 시내버스 정류소도 잠정 폐쇄된다. 여기에 서울지방경찰청은 G20 기간 동안 자가용 운행을 자제해 달라는 문구를 보름 전부터 주요 도로에 도배하다시피 했다. 직장인들이 출퇴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이유다. 아예 휴가를 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삼성동 근처에서 검문 검색을 당했다는 일화도 자주 보인다. G20 경호안전통제단이 지난달 25일부터 코엑스 반경 2.2km 일대를 경호안전구역으로 지정하고 검문 검색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6일부터는 가장 높은 가장 높은 수준의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테러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주요 시설에는 1만여명의 경찰 병력도 투입했다. 잦은 검문 검색과 교통 통제로 인해 택배 업체는 G20 기간 아예 배송을 포기했다.
여가족도 불만을 터뜨리기는 마찬가지다. 단일 영화관으로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11일 오후 6시 이후 상영을 중단하고 12일은 완전 휴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메가박스 측은 “금요일 하루 관객 수를 2만~3만명 정도로 추산할 때 입장권 수입만 약 3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형서점 체인인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도 개점 23년 만에 문을 닫는다. 1988년 오픈 이후 처음이다. 코엑스아트홀과 코엑스 아티움, 백암아트홀 등 주변 공연장도 모두 예정된 공연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상권은 거의 마비 상태다. 46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코엑스몰은 G20 기간 동안 손해를 감수하고 문을 닫는다. 인근 노점상도 자취를 감췄다. 노점상들은 “강남구청 측이 지난달부터 구청 측이 단속을 하겠다며 영업 중단을 종용했다”고 전했다. 유흥업소 밀집 지역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돈다.
서울 서대문구는 G20 기간 동안 주민들에게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라는 내용의 홍보 포스터를 게시했다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결국 없던 일로 하는 촌극도 연출했다. 인천국제공항 쓰레기 처리 시설이 가동될 경우 악취로 인해 G20 정상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군에서는 G20을 맞아 사격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양구의 한 육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A씨는 9일 “강원도 일선 부대에서 휴가와 외박 정지는 물론 총기 사용도 자제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책도 읽지 말고 영화도 보지 말고 G20만 쳐다보라는 거냐’, ‘하도 G20, G20 하다 보니 소녀시대의 ‘지(Gee)’를 듣는 것 같다’, ‘시민 한 명 없는 유령도시에서 G20 잘 치뤄라’ 등의 독설을 날리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