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가수 아이유(17·본명 이지은)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이달 9일 발표한 세 번째 미니앨범 ‘리얼(Real)’의 타이틀 곡 ‘좋은 날’은 국내 온라인 가요 차트를 모두 석권했다. 휴대폰 벨소리와 통화 연결음 순위도 정상이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22)과 탑(23)이 호흡을 맞춘 신보가 밀리고 있고, 드라마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의 여왕인 소녀시대의 태연(21)도 가볍게 제쳤다. 불과 2년 만에 아이유는 신인 가수 티를 벗고 2010년 연말 가요계 대세로 떠올랐다.
아이유 인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좋은 날’ 곡 자체의 퀄리티에서 찾을 수 있다. 겨울 분위기에 잘 맞는 경쾌한 시즌송 분위기에 소녀의 수줍은 마음을 가사에 잘 녹여냈다. 그동안 아이유는 타고난 가창력으로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음에도 별다른 히트곡이 없었다. 그나마 대중에게 알려진 곡이 데뷔 앨범의 ‘있잖아’ 정도였다. 데뷔곡 ‘미아’,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 곡 ‘마쉬멜로우’는 기대에 못 미쳤다. 아이유가 본격 인기몰이를 시작한 것은 듀엣곡 2곡의 연속 히트였다. 2AM의 슬옹(23)과 부른 ‘잔소리’와 성시경(31)과 입을 맞춘 ‘그대네요’는 말 그대로 온라인 음원 차트를 강타했다. 2008년 9월 조용히 데뷔한 아이유가 가요계 중심으로 들어온 순간이다.
아이유의 인기는 묘한 위치에 있다. 10대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돌 가수면서도 20대와 30대 이상에도 어필하고 있다. 여성 팬덤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10대 남성이 아이유의 외모적 매력을 주로 언급한다면 20대 이상 남성 팬덤과 여성 팬덤은 아이유의 능력을 주목하고 있다. 또래 아이돌 가수가 기획사가 만든 상품이라면 아이유는 자생력을 갖춘 사실상 뮤지션 대우를 받고 있다. 지상파 심야 라이브 프로그램에서 손수 기타를 치며 팝송을 부르면서 데뷔한 효과가 의외로 크다. 기본적인 연주 능력만 갖춰도 ‘탈(脫) 아이돌’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수준급 작사, 작곡 실력을 가지고 있는 윤하(22)와 비슷한 경우다.
가창력은 전문가들이 대놓고 극찬하고 있다. 인터넷음악전문웹진 ‘이즘(IZM)’은 ‘좋은 날’에 대해 “가창력 있는 아이돌, 속을 뻥 뚫어줄 청량한 보컬을 찾고 있던 이들에게 환영받을 싱글”이라며 “목소리로 차세대 디바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적어도 여성 아이돌 보컬 중에서는 태연과 더불어 최고라는 찬사가 나온다.
가요계 행보도 넓은 편이다. 윤상과 윤종신 등 싱어송라이터 뮤지션들이 아이유의 새 앨범에 참여했고, 남성 가수들의 듀엣 제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인기 작곡가의 곡만 받지 않는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경쟁력 있는 여성 뮤지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게 보는 이유다. 소속사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원도 빵빵하다. 서울음반이 전신인 로엔은 국내 독보적인 온라인 음원 서비스인 멜론을 운영하면서 아이유를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다.
아이유의 인기 곡선은 다음 앨범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가수들은 빅 히트를 친 다음 앨범이 의외로 부진할 경우가 많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떠나 비슷한 분위기를 고집하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아이유는 아이돌과 뮤지션의 갈림길에 설 수도 있다. ‘좋은 날’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는 아직 모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