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를 위한 영화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남녀노소가 다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거예요. 어제 극장에서 온 가족이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심형래 감독이 ‘영구’로 돌아왔다. 52세 나이에 그 자신이 직접 영구로 다시 분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코미디 ‘라스트 갓파더’ 얘기다. “기대 이하였다는 분도 있는데, 정말 미친 듯이 웃었다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요.” 개봉 후 주위의 반응을 묻자 나온 감독의 솔직한 대답이다.
‘라스트 갓파더’는 알고 봤더니 영구가 뉴욕 마피아의 전설적인 대부 돈 카리니의 아들이라는 설정. 외모와 지적 능력, 성격 등 어느 모로 봐도 덜 떨어진 영구가 대부의 후계자로 지목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렸다.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로 이름난 하비 케이틀이 영구의 아버지인 카리니 역을 맡아 무게감을 더했고, 여주인공 조슬린 도나휴는 연기력이 일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을 갖고 있다. 미국 진출중인 걸그룹 원더걸스까지 카메오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촬영 후 첫 3일까지는 스태프들 분위기가 안 좋았어요. 나중엔 다들 영구 흉내를 내더라고요. 관객보다 더 까다로운 미국 스태프들의 평가를 먼저 받은 거지요.”
그는 흥행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전작 ‘디워’가 800만 관객을 동원하고도 평단으로부터 혹독하게 난도질당한 데 대한 섭섭함과 불신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심지어 시사회 후 감독들이 으레 참석하는 간담회마저 갖지 않았다. 그는 “쓸데없는 절차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전문가만 보는 게 아니에요. 1년에 한두 번 극장에 올까말까 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지요. 제 영화는 그런 사람들까지 끌어들입니다. 괜히 어렵게 만들고 배배 꼬고 싶지 않았어요. 제 영화가 흥행하면 그건 시장을 잠식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거예요.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 관객의 평가를 받고 싶어요.”
그의 말대로, 평단이나 언론의 설왕설래와는 달리 ‘심형래’의 이름값에 관객은 환호 중이다. 개봉
이틀 만에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소위 영화 전문가라는 지식인 집단과는 별개로 관객은 그들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심형래 감독’의 브랜드에 이르러서는 그 격차가 이상하리만큼 크다. 그는 “제가 만든 것처럼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가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온 가족이 다함께 볼 수 있는 예쁜 영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들을 한 번 보세요. 찌르고 죽이고 심지어 인육을 먹고…. 어떻게 아이들 손잡고 극장엘 가겠어요?” 그의 말대로, 이 영화는 부모와 동반 입장하면 어린이까지 볼 수 있는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그는 1950년대 뉴욕을 재현하기 위해 햄버거 등 소품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썼다며 “영화의 구석구석을 세세히 봐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개봉 첫 주가 지나면 영화에 대한 기대감 대신 입소문이 관객을 불러 모을 것이다. ‘라스트 갓파더’의 진정한 성적은 그 때쯤 가늠해볼 수 있을 터. 수십 군데의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그 만큼의 방송에 출연하며 영화를 홍보하고 있다는 심 감독의 노심초사는 어쩌면 불필요한 일일지 모른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