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뮤지션 뒤로 자리잡은 박진영 ‘표절 논란의 역사’…1995년부터 현재진행형

성공한 뮤지션 뒤로 자리잡은 박진영 ‘표절 논란의 역사’…1995년부터 현재진행형

기사승인 2011-02-15 15:48:01


[쿠키 연예] 박진영은 국내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1994년 ‘날 떠나지마’로 혜성 같이 데뷔한 그는 가요계 정상을 경험한 인기 가수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대형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실질적인 수장이다. 그룹 원더걸스와 2PM 등 수많은 아이돌 가수를 만든 제작자로 머물러 있을 법도 하지만 2009년 '노 러브 노 모어(No Love No More)을 타이틀 곡으로 미니 앨범을 발표할 정도로 현직 가수에 대한 욕구를 숨기지 않는다. 미국 팝 시장의 최신 흐름을 발빠르게 흡수하는 작곡 능력과 감각적인 작사 실력은 단순한 싱어송라이터를 넘어 뮤지션으로 박진영을 공고히 해준다. 수많은 사회적인 발언과 화려한 달변, 무대에서 연출하는 도발적인 안무도 그를 만능 엔터테이너로 만든 중요한 요소다.

그는 1996년 본격 미국 진출을 선언하며 발표한 영어 앨범의 부진 정도를 제외하면 데뷔 이래 별다른 실패를 겪지 않았다. 남녀 관계에 대한 솔직하고 대담한 발언, 개인적인 스캔들 정도로 구설수에 오른 정도다. 가수로 발표한 타이틀 곡은 어김없이 가요계 정상을 차지했고, 제작자로 변신해 만든 아이돌 가수는 탄탄대로를 밟고 있다.

박진영 힘의 원천은 싱어송라이터 기질이다. 솔직하면서도 대화체 형식을 지향하는 가사는 단순하지만 귓가를 잡아끄는 멜로디 라인과 만나 빛을 발한다. 특출한 보컬 능력이 없이도 가요계 정상으로 군림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박진영이 뮤지션으로 첫 걸음을 뗀 시기는 1995년 2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를 스타로 만들어 준 데뷔 앨범에 실린 ‘날 떠나지마’와 ‘너의 뒤에서’는 국내 유명 작곡가인 김형석의 작품이다. 박진영은 김형석을 음악적인 스승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훗날 그는 김형석과 김현철 등의 영향으로 작곡을 공부했고, 신디사이저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그는 2집부터 본격적으로 싱어송라이터로 나섰다. 당시 유행처럼 번지고 있던 댄스 가수의 소포모어 징크스를 가볍게 뚫고 직접 작사, 작곡한 ‘청혼가’는 대박을 터뜨렸다. 톡톡 튀는 가사와 뛰어난 안무 실력이 검증받은 상태에서 작곡 능력까지 탑재되자, 박진영은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지금은 사라진 삼성뮤직은 일찌감치 그의 스타성을 알아보고 거액으로 앨범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발표한 3집과 4집의 타이틀 곡 ‘그녀는 예뻤다’, ‘허니(Honey)' 등은 복고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5집과 6집이 다소 부진했지만 프로듀서로 변신해 직접 곡을 준 아이돌 가수를 성공시켰기에 충분히 상쇄 가능했다. 원더걸스의 ’텔 미(Tell Me)'는 국민 가요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박진영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표절 논란이다. 데뷔 17년 동안 끊임없이 표절, 샘플링 논란에 시달려왔다. 언급된 곡만 해도 10여곡이 넘는다. 대표적으로 자신이 프로듀스한 지오디(god)의 ‘어머님께’는 당초 박진영이 작사,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곡의 지분이 미국 힙합가수 투팩(2Pac)의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에게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져 앨범 판매수익 전액이 BMG에 귀속됐다. 당시 박진영 측은 “소속사가 샘플링 관련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지오디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길’, ‘편지’,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원더걸스의 ‘미안한 마음’, 엄정화의 ‘초대’ 등이 표절 논란에 휘말린 대표적인 곡이다. 박진영 자신의 앨범에서도 ‘엘리베이터’, ‘허니’, ‘왜 왜’, ‘니가 사는 그 집’ 등이 표절로 의심받았다.

이번에도 박진영은 KBS 월화드라마 '드림하이' OST 수록곡으로 가수 아이유가 부른 '섬데이(Someday)'가 표절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작곡가 김신일씨는 지난주 JYP에 법적 소송을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김씨는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두 곡의 화성도가 90% 이상 유사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박진영과 합의하지 못하면 소장을 접수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박진영은 "김신일씨가 표절했다고 말한 후렴구의 멜로디 4마디는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이 2002년도에 발표한 곡 '호산나(Hosanna)'와 더 유사하다"며 "그렇다면 김씨는 '호산나'를 표절한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법적 공방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문제는 표절 논란 자체가 일종의 더티 밤(Dirty Bomb) 성격이 짙다는데 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제기되면 가수 이미지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실제 박진영은 그동안 수많은 표절 논란에 휘말리면서 쌓아왔던 뮤지션 이미지가 상당히 손상됐다. 교묘한 샘플링과 짜깁기 정도의 작곡 실력을 가지고 학력과 성적 발언 등으로 상업적인 이슈를 만들어 성공가도를 달렸다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표절 논란 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더걸스를 미국 시장에서 성공시키려고 집착하는 가치관과 2PM의 재범 탈퇴 파문으로 파생된 연예기획사 경영 철학 등이 민감한 사안으로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박진영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대재생산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법원에서 표절을 사실로 판결할 경우 JYP 사단은 복구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박진영이 이번 표절 논란에 공개적으로 분노를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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