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김모(46)씨와 혼인신고 한 A씨는 한국에 입국한 10월2일부터 남편의 가혹행위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남편 김씨는 A씨를 드라이버로 위협해 청소를 시켰고 라면과 초콜릿만으로 끼니를 해결하게 했다. 또 A씨에게 나이트클럽 탁자 위에 올라가 춤을 추게 하는가 하면 “필리핀 여자들을 데려와 술집에서 일을 시키고 돈을 벌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부부싸움 도중 A씨에게 수갑을 채운 채 “죽여버리겠다”며 삼단봉으로 위협을 하기도 했다.
A씨는 결국 한국에 온 지 2주 만인 지난해 10월16일 김씨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를 먹인 뒤 현금 20여만 원과 김씨의 여권 등을 가지고 집을 나갔다가 붙잡혀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느껴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어서 강도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귀금속이나 노트북 등은 가지고 나오지 않았고 현금은 사건 전날 훔친 것으로 보여 수면제 섞인 커피를 마시게 한 것과 물건을 챙긴 행위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도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