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류현진 밥” 송지선 아나운서 십자포화…여성 아나운서는 마초 팬들의 먹잇감?

“LG는 류현진 밥” 송지선 아나운서 십자포화…여성 아나운서는 마초 팬들의 먹잇감?

기사승인 2011-04-10 02:41:00

[쿠키 스포츠] 케이블 채널 MBC스포츠플러스의 송지선 아나운서가 ‘밥’ 발언으로 일부 야구 팬들의 때아닌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송 아나운서는 8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베이스볼 투나잇 야’에서 “LG는 (그동안) 류현진 밥이었다”고 코멘트 했다. LG 트윈스가 괴물 투수 류현진의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8-4로 승리한 데 따른 촌평이었다.

류현진은 그동안 LG전 통산 평균자책점이 2.07일 정도로 천적으로 군림했다. LG를 상대로 30차례 경기에서 21승5패를 기록했고 지난해 5월에는 역대 정규이닝 최다인 17개의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송 아나운서의 ‘밥’ 표현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6이닝 8안타 5볼넷 7실점(6자책)으로 부진했다.

LG 팬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는 ‘어떻게 저런 표현을 방송에서 쓸 수 있나’, ‘아나운서 자질이 없다’ 등 송 아나운서를 비판하는 팬들의 성토로 도배 되다시피 했다.

송 아나운서는 파문이 불거지자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지난 시즌까지 안 좋았었는데 오늘은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정말 죄송하다. 절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전날에도 “LG스러운 야구”라는 발언이 방송에 나왔다며 여전히 MBC 스포츠플러스를 성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인터넷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송 아나운서를 질책하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야구 팬들의 이중적인 태도와 악성 댓글을 비판하는 의견도 많다. 야구 캐스터와 해설위원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진행을 이유로 어느 정도의 속어를 사용해도 이해하면서 유독 여성 아나운서만 냉정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한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관계자는 “송 아나운서의 표현이 다소 부적절했지만 이렇게 몰고 가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 “MBC 스포츠플러스는 지상파도 아니다. 다른 케이블 채널에서는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수준의 속어가 나오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다른 야구 전문가 역시 “케이블 채널이 프로야구 전경기를 생중계하면서 여성 아나운서를 대거 기용해 현장에 배치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방송사와 야구 팬들은 ‘얼굴 마담’ 정도로 평가한다”며 “평소에는 외적 매력에 절대적인 관심을 두면서도 무슨 일만 생기면 은근슬쩍 야구 전문가 틀을 씌워 버린다”고 비판했다.

악성 댓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송 아나운서의 경우 ‘밥’ 발언 이후 미니홈피가 온갖 성적 비하 표현을 담은 게시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성 아나운서를 상대로 한 일부 야구 팬들의 성적 비하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여성 아나운서의 신체 특정 부위를 강조하거나 다분히 성희롱성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 아나운서들이 이같은 수난을 당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방송사에 있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 육성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잊은 채 화려한 외모만을 강조하는 상업적 연출로 스스로 마초적인 일부 야구 팬들의 먹잇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신’으로 찬양 받는 여성 아나운서의 어두운 그늘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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