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교통사고 위장 아내 살해 사건 파기 환송

대법, 교통사고 위장 아내 살해 사건 파기 환송

기사승인 2011-07-12 15:48:00
[쿠키 사회]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오랜 불화를 겪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편에 대해 대법원이 “살인의 직접 증거가 없다”며 사건 재심리를 명했다.

A(42)씨는 1998년 B(40)씨와 결혼해 4명의 자녀를 뒀지만 서로 불륜을 의심하는 등 잦은 불화 끝에 2008년 8월 이혼 소송에 들어갔다. 이들의 관계는 54억원 상당의 재산 분할 소송과 양가 어른들 간 돈 문제까지 얽히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 해 11월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지며 이런 문제를 논의했는데 말싸움만 계속됐다. 그러던 중 경기도 양주시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이들의 차량이 방호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차량은 시속 70㎞ 이상으로 달리던 중이었다. 운전을 하던 A씨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아내는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경찰은 그 7개월 뒤 A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차량과 방호벽 파편, 차량 파손 정도 등을 근거로 A씨가 홧김에 운전대를 틀어 조수석 쪽을 벽면에 부딪힌 뒤 같은 장소로 돌아와 차량 우측으로 다시 옹벽을 들이받는 2차 사고를 내 B씨를 사망케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B씨와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두 번의 충돌사고를 냈고, 2차 사고 시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이 인정 된다”며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2심 역시 유죄를 인정하고 다만 “처음부터 계획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9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2일 “공소 사실의 전제가 되는 1차 사고의 존재 여부가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차량 오른쪽 면의 파손된 손상만으로는 2차 사고에 앞서 1차 사고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색상이 같고 적외선 흡수 스펙트럼 결과가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차량에 묻은 페인트와 방호벽 철제구조물에 도색된 페인트가 같은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판단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를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로 인정하려면 더욱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간접증거는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지호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