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요? 백혈병 치료하려면 에이즈균 주입하라고?”… 치료 사례 속속 발견

“뭐요? 백혈병 치료하려면 에이즈균 주입하라고?”… 치료 사례 속속 발견

기사승인 2012-12-11 10:30:01
[쿠키 과학] 다른 또래 어린이들처럼 거침없이 뛰어다니고 구르며 노는 엠마 화이트헤드(7)양에게서 병마의 흔적을 발견하긴 힘들다.

그러나 이 소녀는 다섯 살 때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려 1년에 걸친 힘겨운 사투를 벌인 끝에 에이즈 바이러스의 도움으로 완쾌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엠마는 어린아이 몸으로는 견디기 힘든 항암치료를 받고 두 차례 병이 재발한 끝에 지난해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엠마의 부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이 제안한 임상시험을 받아들였다. 에이즈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입해 백혈병을 치료해 보자는 제의였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이 치료법은 백혈병 환자의 T세포(체내 림프세포의 일종)를 상당량 제거한 뒤 암세포를 없앨 수 있는 유전물질을 주사하는 방식이다. 약화된 에이즈 바이러스는 T세포에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믿을 수 없게도 엠마는 병마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이 요법을 만성 백혈병 환자 11명을 대상으로도 임상 시험했다. 그 결과 3명은 완치됐고, 4명은 꾸준히 회복되는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2명에겐 효과가 전혀 없었고, 1명은 회복됐으나 곧 재발했다. 1명은 시험 기간이 너무 짧아 평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회복된 환자들 중엔 기존 치료법으로는 절망적인 상태였던 사람도 있었다.

학계에서는 치료법이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이적’인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이반 보렐로 교수는 “이건 (백혈병 치료에) 커다란 돌파구”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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