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보장, 신원보장’을 내걸고 전화 상담을 받은 한 중개업소의 관계자는 “민간(어린이집)이 원래 내놓는 사람은 적고 하려는 사람은 많다”며 “경영이 어려우면 많이들 팔려고 할 텐데 내놓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갈수록 권리금이 더 세게 붙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무상보육 하잖아요. 정부가.”
권리금만 수천만∼수억원이 붙은 어린이집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무상보육 확대 시행으로 오는 3월부터 2조원 이상의 보조금이 민간 보육시장에 풀리기 때문이다. 7일 어린이집 매매를 중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서울 강남 원생 55명 권리금 2억원’, ‘서울 송파 원생 45명 권리금 1억5000만원’, ‘서울 양천 원생 40명 이하 권리금 1억1000만원’ 같은 글이 아파트 전월세 매물처럼 수십건씩 올라와 있다.
권리금 액수를 결정하는 건 원생 수다. 입지조건이나 시설도 영향을 미치지만 원생 수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어린이집은 정원이 곧 돈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등록된 영유아 1인당 22만∼75만5000원을 지원받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생 1인당 보육료×3∼4개월’을 기준으로 한 권리금 계산법까지 나왔다. 정원 30명일 경우 1인당 평균 50만원×3개월로 계산하면 최소 4500만원. 여기에 시설비 등을 합칠 경우 권리금은 7000만∼8000만원까지 뛴다.
최고가 매물은 일명 ‘관리동 어린이집’이다.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가 원장을 입찰로 선정하는 관리동 어린이집은 원생 충원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아파트 규모에 따라 억대의 권리금이 횡행한다.
정부 역시 폐해를 알고 있지만 사적 거래에 개입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가 권리금은 원장 입장에서는 투자금이기 때문에 이를 회수하기 위해 보육의 질이 낮아질 소지가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면서도 “권리금은 개인 간 사적 거래라는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복지부는 올 1월부터 신규 및 변경 인가의 경우 부채비율이 자산 대비 50%를 넘지 않도록 시설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100% 자가 소유를 원칙으로 한 유치원과의 격차가 여전히 큰 데다 개원 당시만 부채비율을 맞춰놓으면 이후 적발이 쉽지 않은 맹점이 있다. 또 다수가 임대건물에 적게는 100만원에서 400만∼500만원대 월세를 부담하고 있어 운영비로 인한 부실보육 서비스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한 전직 어린이집 교사는 “억대 권리금에 고가 월세까지 내야 하는 원장들은 투자금을 메우려고 학부모들에게 불필요한 특별활동을 많이 주문한다”며 “정부의 보육료 지원이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원장들 주머니 불려주는 데 쓰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