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플래너 김진학씨
[쿠키 생활] ‘나도 한 번 걸어볼까?’하는 마음이 절로 생겨나는 푸릇푸릇한 계절, 봄이다. 지난 한 해 동안만 지리산 둘레길과 장성 축령산, 고창읍성 등을 포함해 모두 2300㎞의 길을 트레킹(trekking)했다는 아웃도어 플래너 김진학(45·사진)씨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걷기 여행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트레킹은 코스만 잘 선택하면 어린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어요. 남녀노소 큰 체력적인 부담 없이 시작하기에 적절한 활동이라는 점이 트레킹의 대표적인 장점입니다.”
20여년 전부터 걷기 여행을 좋아했다는 김 씨는 트레킹은 엄밀히 따지면 등산의 범주에 속하지만 국내에서는 정상을 목적지로 정하고 수직적인 방향을 중심으로 산을 오르는 것을 등산, 산의 둘레나 들길을 걷는 수평적인 도보 여행을 트레킹이라고 일컫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걷는 것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라는 거 아시죠? 때문에 걷기 중심으로 이뤄지는 트레킹을 통해 체력 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지요. 또 숲에서 산림욕을 하며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마음의 힐링도 받을 수 있어 건강에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몸과 마음에 두루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강한 활동이라는 점 외에도 김 씨가 트레킹에 푹 빠진 이유는 더 있다. 바로 평소에는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길을 걸으면서 겪게 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그는 도심에서 생활할 때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계절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길을 걷고 있으면 어느새 느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한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계절적으로 여름에 겪었던 일이에요. 일주일 사이에 2번이나 연달아 전북 고창을 찾았던 적이 있지요. 고창읍성 주변에 맹종죽이라는 대나무가 있는데 처음 봤을 때는 죽순이 30㎝ 정도 자라있더니 일주일 뒤 다시 찾아갔을 때는 1m 이상 자라 제 키만큼 높이 솟아 있더라고요. 정말 놀랍고 신기했어요.”
더불어 김 씨는 길은 사람과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데 묘한 역할을 한다며 트레킹 여행지에서 알게 된 한 부부에 대해 소개했다.
“지난해 이맘때쯤이었어요. 2박 3일 일정으로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출발 지점 이 같은 한 부부를 만나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길을 걸었죠. 숙소가 달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헤어졌는데 이튿날 우연히 또 마주친 거예요. 반가운 마음에 막걸리를 함께 나누어 마셨고 이후 지금까지도 인연을 쭉 이어오고 있지요.”
길을 따라 걸으며 변화무쌍한 자연을 실감하고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온 김 씨. 그만큼 트레킹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길은 어느날 갑자기 생기지 않아요. 누군가의 앞선 걸음이 다른 어떤 사람의 걸음으로 이어지면서 길이 되는 거라고 봐요. 저보다 앞서 다른 이가 걸었던 길을 제가 공유했듯이 저 또한 다른 사람들의 길라잡이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원칙은 지킵니다. ‘길이 아닌 곳은 걷지 않는다’는 거죠. 걷는 게 아무리 좋아도 자연을 훼손하면 안 되니까요.”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김 씨와 그를 뒤따르는 사람들이 또 어떤 사연과 이야기를 빚어낼지 궁금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선 기자 ujuin25@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