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검찰의 '원세훈 딜레마'…죽이든 밥이든 탈나는 박근혜정부

[친절한 쿡기자]검찰의 '원세훈 딜레마'…죽이든 밥이든 탈나는 박근혜정부

기사승인 2013-06-10 14:26:01


<골 깊어가는 원세훈 딜레마…검, "오늘 결론 날 것", 黃 법무 “그럴 단계 아냐”>

[친절한 쿡기자] 황교안 법무장관은 10일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 "오늘 수사 결론이 나느냐"는 질문에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원 전 원장의 혐의가 국정원법 위반인지, 선거법 위반인지에 대해선 "제 의견을 말할 단계가 되지 않았다"면서 "검찰이 중립적 입장에서 수사하고 법률적 판단을 정확히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적정히 보고를 받고 제 할 일을 하고 있다"며 "법률적 판단을 우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지 않는 엄정한 법률적 판단을 천명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그동안 황 장관의 수사개입 논란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방해한 일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황 장관의 발언 가운데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한 것은 수사팀 관계자가 9일 기자들에게 "검찰로서도 시간이 별로 없다. 늦어도 10일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사뭇 다른 발언입니다. 검찰과 법무부 간에 시각 차이가 아니라 상황인식에 차이가 있는 것같습니다. 검찰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보고 있는 반면 황 장관은 아직 그럴 단계라고 하니 말입니다. 어쨌든 국민들은 참 많이 헷갈릴 것같습니다.

황 장관은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했지만 공직선거법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가 오는 19일로 다가왔으니 검찰은 바야흐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단을 내려야할 순간에 와 있는 것은 사실인 것같습니다. 길어봤자 며칠 상간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정당이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고소한 경우 공소시효 만료 10일전까지 기소하지 않으면 검찰이 불기소한 것으로 보고 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습니다. 10일부터 재정신청이 가능한거죠. 이걸 알고 검찰이 결단을 미룬걸 보면 '불기소'는 아닌 걸로 추정해봅니다.

이런 저런 저간의 사정을 감안해 저희 신문은 오늘 아침자 신문에 법조타운을 출입하는 지호일 기자가 <원세훈 딜레마>라는 취지로 쓴 해설성 분석기사를 썼습니다.

< 검, 국정원 직원들은 선거법 위반 결론…원세훈은?>

국가정보원의 정치·선거개입 의혹과 관련, 법무·검찰 지휘부가 수사 종료를 목전에 두고 '원세훈 딜레마'에 빠졌다. 공직선거법 적용 문제가 마지막 쟁점이다.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해 처벌하자니 명백한 물증이 부족하고, 반대로 선거법은 빼고 국정원법 위반만으로 기소하면 정치권은 물론 수사팀 일부의 반발도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9일 이번 수사의 증거 관계 조사를 사실상 마치고 상부의 '결단'을 기다렸으나 확답을 듣지 못했다. 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의 인터넷 활동 일부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댓글 작업이 원 전 원장-이종명 전 3차장-민모 전 심리정보국장 등의 지휘계통을 밟은 조직적 선거운동이라거나, 활동 내용이 원 전 원장에게까지 보고 됐다는 구체적 자료는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선거법 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위반 여부를 가리는 데 게시글·댓글보다는 오히려 '찬반 표시' 행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운동으로 볼 만한 댓글 수가 얼마 안 되고, 내용 역시 대부분 허접하다"고 말했다.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국가 정보기관 조직이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보기에는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특정 후보 관련 게시글에 찬반 표시를 한 부분은 뚜렷한 '경향성'이 확인됐다. 다만 여기저기의 글에 찬성 혹은 반대 클릭을 한 것이라 이를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종북세력 대응 활동인지,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해서였는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거운동이라면 결국 박근혜 후보를 이롭게 하는 행위로 귀결된다는 점도 부담인 듯하다.

검찰은 일종의 '보험' 차원에서 황보건설 측의 금품수수 의혹을 매개로 한 원 전 원장 개인 비리 수사(특수 1부 담당)도 진행해 왔지만, 핵심 관련자들이 입을 다물면서 당초 구상이 어그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간부는 "(선거법 적용을) 하자니 애매하고, 안 하자니 논란이 예상되고…. 그래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6월19일)이 다가오면서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미 힘들어졌다는 분석도 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늦어도 10일 오후에는 원 전 원장 선거법 적용 문제, 신병처리 여부 등이 결론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황 장관이 부당한 수사간섭 행위를 계속한다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 檢, "정권 이익 우선이냐?
검찰 이익 우선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이 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의 인터넷 활동은 선거법위반 소지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반면 지휘계통을 밟은 조직적 선거운동을 했다는 구체적 입증자료를 찾아내지 못한 것같다는 관측입니다. 그러니 검찰은 선거법 적용을 "하자니 애매하고 안하자니 논란이 예상되고, 그래서 고민"이라는 것이죠.

검찰의 고민에 수긍이 가면서도 과연 독자들도 고개를 끄덕일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과거의 수많은 수사를 지켜본 학습효과 탓인지 벌써부터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검찰의 결론을 예단하고 그동안 수사한 노고를 희화화하거나 비아냥대는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검찰이라고 이를 모를리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누이좋고 매부좋은','도랑치고 가재잡는' 묘약이 안 떠오를 뿐일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여러모로 첫 시험대가 될 '상징적' 사건을 앞에 두고 검찰의 고민은 정권 차원과 검찰 차원으로 나뉘는 것같습니다. 정권의 입장도 고려하면서 검찰의 자존심, 그들이 말하는 독립성을 지키는 길을 찾다보니 해법이 나오지 않는 것같습니다.

우선, 검찰이 선거법위반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이건 정권 초기의 박근혜 정부에 굉장한 부담을 안겨줄 수있습니다. 원 전 원장 다음 야당과 반대파 국민들의 다음 타킷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선 꼴이 되고 대선무효니 촛불시위니 하는 극단적 상황은 차치하고서라도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시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검찰은 정권 초반부터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구도가 형성되는 것 또한 원치 않을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고 역대 정권에서 그랬듯이 검찰이 청와대의 의중을 거스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검찰이 모험을 하기 쉽지 않겠지만, 일각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법 위반 행위는 명백한데 이들이 지휘계통을 밟아 움직인 입증 자료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면 과감하게 영장을 청구하는 정면돌파가 검찰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형식을 밟으면서 '뜨거운' 공을 법원에 넘기는 것입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 검찰은 청와대의 입장도 세워주면서 검찰의 실리도 챙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저런 비판과 비난, 그리가 체면을 구기는 일이야 있겠지만 검찰 조직이 뿌리채 흔들리는 일까지야 있겠나 싶습니다.하지만 검찰은 모험을 하지 않고 일주일 가량 고민하고 있습니다. 영장이 기각될만큼 수사가 허술하지 않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버리면 검찰은 모든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긴 합니다.

둘째, 검찰이 선거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여권에 부담을 덜어줄지 모르지만 당장 검찰은 정치검찰로 매도당할 것입니다. 일선 수사팀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위반죄 적용과 영장 청구에 무게중심을 두고 법무부와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검찰의 자존심 지키기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지난해에 일어났던 검난(檢亂) 파동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치검찰이란 낙인이 다시 찍힐 경우 검찰에게 돌아가는 부메랑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을 것입니다. 야당이 벌써 황교안 법무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경고하고 있고 곽상도 민정수석까지 걸고 넘어지고 있는 것도 검찰이 갖고 있는 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셋째, 검찰과 법무부가 타협점으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선거법위반죄를 적용하되 불구속 기소하는 제3의 대안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안은 여권이 당장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야당이 꼼수라고 비난할 것입니다. 하지만 맷집 강한 검찰이 반발을 견뎌가며 최소한의 공소유지를 하는 선에서 시간벌기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재판 초기엔 검찰의 수사 내용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시끄럽겠지만 말입니다.

< 문재인, 잘못된 과거와 용기있게 결별?…"말처럼 쉽지 않아" 靑·檢 불편한 동거 불보듯>

이런 저런 변수들 때문에 저 역시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검찰의 결론에 따른 여론의 향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불허입니다. 그러다 보니 횡설수설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문하면서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맞붙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 '사람이 먼저다'에 '잘못된 과거와 용기 있게 결별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 http://blog.naver.com/moonjaein2/20189006308)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문 의원은 검찰과 청와대가 후폭풍을 두려워한 나머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오판을 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라고 보면 정확할 것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문의원은 "그런 일(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단죄한다 해서 정권의 정당성이 흔들린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잘못된 과거와 용기 있게 결별하는 것만이, 정권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세우는 방법"이라고 답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의원은 "가는 길은 달라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며 "법의 정의를 위해서도, 대통령과 정부와 검찰과 국정원이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서도, 이 사건이 아주 중요한 시금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선 당시 경쟁파트너였던 문 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고 한 것은 그냥 스쳐지날 대목은 아닌 것같습니다.

하지만 문 의원은 서두에서 "검찰이 이 사건을 역사적 책무감으로, 어느 사건보다 신념을 갖고, 반드시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기를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도 검찰도 국정원도,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를 전제로 정권의 성공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문 의원과 문 의원 지지자들이 원하는 바대로 결론나지 않으면 '불행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선전포고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목입니다.

참 양날의 칼과 같은 이야기죠. 문 의원은 정권의 성공을 바라고 있을지라도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지라도 야당의 입장과 국민의 정서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민심은 문 의원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청와대와 검찰은 문 의원의 글에 대해 원세훈 전 원장을 구속시키기 위한 압박용 술수로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문 의원 바람대로 원 전 원장을 구속할 경우 야당과 민심이 정권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경우를 문 의원에게 책임지라고 보장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렇듯 문 의원의 글을 읽어도 명쾌한 해법은 나오질 않습니다. 답답합니다. 오늘 검찰의 결단을 지켜보는 수 밖에. 어떤 결론이 나와도 박근혜 대통령과 검찰 간 간극은 시나브로 벌어지는 국면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러울 뿐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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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기자
blue51@kmib.co.kr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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