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박근혜 vs 김정은의 회담, 대리대표의 격과 급이 그리 중요했나” 前 통일부 장관들의 지적

“어차피 박근혜 vs 김정은의 회담, 대리대표의 격과 급이 그리 중요했나” 前 통일부 장관들의 지적

기사승인 2013-06-12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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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의 남한 정부와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북한이 회담 대리대표로 누가 나오느냐를 가지고 신경전을 벌이다 판을 깨버린 데 대해 12일 전직 통일부 장관들은 아침 라디오에 나와 일제히 “안타깝다”고 반응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형식을 가지고 내용 자체에 접근조차 못한 하책(下策)”이라고 했고, 이재정 전 장관도 “6년 만에 모이는 모임인데, 성격을 생각해서라도 회담을 응하는 거지 회담을 깨고 나간 북한도 매우 잘못”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뿔 고치려다 소를 잡아버린 ‘교각살우(矯角殺牛)’의 비유를 들었다. 그는 “역대 장관급 회담 중에 상대의 수석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풀릴 문제가 안 풀리고, 안 풀릴 문제가 풀린 일은 없었다”고 했다. 본인이 장관으로서 북한과 장관급 회담을 해본 15~17차 사례를 언급하며 “제 스스로가 회담 전체를 주도하고 좌우하고 결정할 그럴 권한은 없었다”고 말했다. 어차피 ‘박근혜 vs 김정은’의 회담인데, 누굴 보내느냐는 급 문제로 싸운 것은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 전 장관은 심지어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12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며 조성된 한반도 긴장국면이 2월 3차 핵실험으로 전쟁 위기까지 몰리다, 6월에 들어서야 대화 국면이 조성됐는데, 회담의 격을 가지고 사상 처음으로 회담 자체를 무산시켜 버린 것에 대해 부끄럽다는 뜻이다. 그는 “국제사회가 보기에도 남과 북의 수준이 이런 정도인가, 이렇게 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재정 전 장관도 “북의 체제는 우리와 매우 다르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처음부터 김양권 통일선전부장의 이름을 내놓고 시작하니까 어려워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양권 통전부장의 격에 대해 “우리 식으로 하면 통일부와 국정원 정도를 더해 놓은 직책”이라고 했다. 즉, 김양권의 맞상대로는 박근혜 정부의 남재준 국정원장이 더 적절한데, 우리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고수하면서 ‘장관급’회담을 외치다, 여의치 않자 통일부 차관으로 변경 통보해 북한의 반발을 불러왔다는 의미다.

이 전 장관은 “남쪽도 그렇지만, 저렇게 회담을 깨고 나가는 북측도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남북이) 센 비난을 하기 보다 이번 일에 대해 깊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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