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이혼하면 이젠 빚도 나눠 가져야 한다. 지금까진 부부의 재산이 빚보다 많은 경우만 재산분할이 허용됐는데, 대법원이 부채도 나눠가지라고 판례를 바꿨다. 이혼 때 상대에게 부채를 떠넘기는 소송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20일 A씨(39·여)씨가 남편 B씨(43)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에서 “부채와 자산 여러 가지를 고려해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는 재산을 분할할 때 부채도 함께 나누라는 의미의 파기환송이다. 재판부는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분할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부부 중 일방이 진 채무라도 그것이 공동생활 관계에서 생긴 것이라면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원심은 A씨의 사정을 고려해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채무분담을 명할 때 일반적 경우처럼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 등을 바탕으로 일률적 분할 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률로 정할 순 없지만 부부의 상황과 사연을 법원이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다.
이 부부의 사연은 이렇다. 부인 A씨와 남편 B씨는 2001년 결혼했다. B씨는 정당 활동가여서 돈을 벌지 못했고, 부인 A씨가 개인과외 등으로 돈을 벌어 남편의 선거자금 등을 댔다. 이어진 B씨의 외도 등으로 부부는 결국 2010년 이혼하기로 했다.
B씨가 먼저 A씨에게 이혼 소송을 냈고, A씨도 B씨의 잘못으로 혼인 생활이 파탄났다며 위자료를 청구하고 빚도 남편 때문에 지게 된 만큼 2억원을 달라는 맞소송을 냈다. 변론 종료당시 부부의 채무는 2억3000만원으로 총 재산 1억9000만원보다 많았다.
1·2심 법원은 B씨의 잘못을 인정해 “아내 A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부부의 재산보다 채무액이 많아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엔 분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A씨의 2억원 청구는 기각했다. 과거 1997년 대법원은 “부부 한 쪽이 공동재산 형성 과정에서 빚을 져 두 사람의 전체 재산보다 채무가 많아졌을 경우 상대방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날 판결로 채무를 지게 된 사유와 이혼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채도 나눠서 지라는 취지의 판례가 세워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부의 양성평등과 실질적 공평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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