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대학가를 넘어 종교계에서도 국정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나왔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천주교 9개 단체는 21일 ‘국정원 대선개입과 검·경의 축소수사를 규탄하는 천주교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사제단 등은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마태복음 10장 26절의 후반부를 인용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이번 사태를 보며 침묵으로만 좌시할 수 없다”고 선언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시국선언 전문.
<국정원 대선개입과 검?경의 축소수사를 규탄하는 천주교 시국선언>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마태10, 26)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의 벗이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우리 천주교 단체들은 지난 6월 14일 발표된 검찰의 국정원 정치공작 사건 수사결과를 전해 듣고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감출 수 없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여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비난하는 공작을 저지르고 이를 조사해야하는 경찰은 사실을 은폐하려 축소?수사하는 부정을 저지르고 말았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법을 수호해야하는 검찰은 불구속 기소와 같은 가벼운 처벌로 이 사건을 덮으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불구속 기소된 두 명 외에 정치공작에 개입한 모든 국정원 직원을 기소유예로 처리하여 면죄부를 줄 것이라고는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에 우리 천주교 단체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이번 사태를 보며, 침묵으로만 좌시할 수 없어 아래와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1. 국정원의 정치공작이라는 국기를 문란케 한 심각한 범죄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한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하지 않은 이번 결정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어떠한 불법행위라도 지시를 받은 대로 따른다면 상관이 다 짊어지고 불법행위를 직접 한 부하직원들은 보호해줄 수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이들, 그리고 경찰의 축소조사를 지시하고 자행한 모든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라.
2.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은 박빙의 승부였던 지난 18대 대선 선거결과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사안인 만큼 당시 집권세력과의 긴밀한 연락과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따라서 우리는 검찰 수사에서 다 밝혀지지 않은 부분의 진상도 추가로 규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요구하고, 부당한 수사 간섭의 전모 규명과 함께 이들에 대한 책임추궁을 요구한다.
3. 신뢰를 상실한 검찰 수사와 별개로, 정치권이 나서서 국정조사를 실시해 검찰이 다 조사하지 않은 부분, 즉 국정원의 정치개입 실태 전면을 조사하고 또 재발방지대책을 파악하는 국정조사가 절실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국회가 국정조사를 조속히 실시하고, 여야 각 정당과 대통령, 그리고 정부가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원 개혁 방안을 국민 앞에 제시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우리 천주교 제 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민주주의에서 가장 신성하게 보장받아야할 국민주권의 기본인 선거가 탐욕에 눈먼 정치권력에 의해 더렵혀진 사건으로 규정한다.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목표로 하는 박근혜 정부는 이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엄중히 다루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결의는 곧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를 우리 삶의 자리에서 실현하기 위한 길임을 믿는다. 국정원 대선개입문제에 대한 국정조사가 조속히 이루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2013. 6. 21.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가톨릭 농민회, 우리신학연구소, 인천교구 노동사목, 천주교 인권위원회,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천주교정의구현목포연합),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사회사목부,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열린신앙인사회학교, 천주교도시빈민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예수살이 공동체, 가톨릭평화공동체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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