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1) 박사가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를 완성하지 못하고 1985년에 세상을 떠날 뻔했다고 영국 주간 선데이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호킹 박사는 스위스에서 ‘시간의 역사’를 집필 중이던 85년 폐렴이 악화돼 혼수상태에 빠졌고, 현지 의료진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호킹의 첫 번째 아내인 제인에게 생명유지장치를 끌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제인은 이를 거부했고, 기적적으로 남편의 상태가 호전됐다. 호킹 박사는 이 같은 사연을 오는 9월 자서전 ‘마이 브리프 히스토리’ 출간에 맞춰 공개될 다큐멘터리 영화 ‘호킹’에서 밝혔다.
이 영화에서 호킹 박사는 “수주일 동안 폐렴과 싸웠던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폐렴 치료 후유증으로 목소리까지 잃었다. 그는 “약물치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의료진은 산소호흡기를 달기 위해 목구멍을 절개했는데 그것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책을 끝낼 희망이 사라진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호킹 박사는 끝내 ‘시간의 역사’를 완성했고, 이 책은 40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1000만부 넘게 팔렸다.
두 번 이혼한 호킹 박사는 첫 번째 아내 제인과 얼마전부터 다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65년 제인과 결혼해 세 자녀를 낳은 뒤 95년 헤어졌다. 같은 해 간호사 일레인 메이슨과 재혼했다가 2006년 이혼했다.
제인은 다큐영화 ‘호킹’에 출연해 “‘시간의 역사’의 성공으로 얻은 세계적 명성이 우리의 결혼생활을 블랙홀 같은 상황으로 몰고 갔다”고 회고했지만 “스티븐이 이뤄낸 것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64년부터 루게릭병과 싸워온 호킹 박사는 인공음성재생장치를 써오다 최근엔 한쪽 볼 근육으로 커서를 움직여 의사소통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언젠가 볼 근육마저 움직이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렵다”면서 “내가 더 빠른 속도로 말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이 마지막 날일 수 있다고 매일 생각하지만 71세인 지금도 난 매일 일하러 간다”며 “모든 순간을 최대한 충만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