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도 원산지 속여 판 사람들을 욕했을까… 아웃도어의 허(虛)와 실(實)

이들도 원산지 속여 판 사람들을 욕했을까… 아웃도어의 허(虛)와 실(實)

기사승인 2013-09-02 14:31:00

[사진설명=밀레 ‘고르너 반팔 짚업 티셔츠’, 레드페이스 ‘스트레치 에어 하프 짚 티셔츠’의 제품 Tag 표시사항]

밀레·레드페이스, 표시 광고와 다른 원사 사용

‘우주복 소재 사용’ 네파는 시정조치 받기도

소비자 분개 “원산지 속여 판 것과 같아”

[쿠키 생활]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12개 아웃도어 브랜드의 등산용 반팔 티셔츠 품질·기능성 비교시험’ 결과는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의 상식을 벗어난 행태를 다시금 일깨워줬다. 일부 업체들이 제품에 표시 광고하는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특히 밀레와 레드페이스는 원단 자체를 과장했다.

소시모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자사 제품인 ‘고르너 반팔 짚업 티셔츠’의 태그에 기능성 Y1원사를 사용했다고 표시 광고했다. 하지만 시험 결과 실제 사용한 원사는 기능성이 떨어지는 일반 원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밀레 관계자는 “본래 Y1원사를 사용하려다가 일반 원사로 변경했는데 태그를 관리하는 생산처와 이에 대한 공유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잘못된 태그에 대한 시정도 없이 티셔츠는 기능성 원사 제품으로 둔갑해 팔려 나갔다.

문제가 된 밀레의 해당 티셔츠 가격 10만9000원에는 기능성 원사를 사용한 비용이 포함된 셈이다. 평소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즐겨 입는 직장인 김충원(가명)씨는 “원단을 속이는 것은 식품 원산지를 속여 파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브랜드를 믿고 구입했는데 크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레드페이스 ‘스트레치 에어 하프 짚 티셔츠’의 경우 6개 모세관 형태의 구조를 가진 Ex-Cool&Dry 원사를 사용한 원단이라고 표시 광고했지만, 이는 4개 이하의 모세관 형태 단면 구조를 가진 원단으로 확인됐다. 모세관 형태의 단면 구조는 땀 흡수 및 건조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레드페이스 관계자는 “가공하는 과정에서 원사의 구조가 변형된 것”이라며 “제품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의류 관련 시험·조사기관의 시험 담당자는 “원사의 구조가 변형되면 계획된 원단 기능의 값을 잃을 수 있고, 이는 제품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시모 측은 밀레와 레드페이스 모두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가 제기된 내용에 대해 확인했고, 표시 광고가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밀레와 레드페이스의 제품에서는 각각 23.55%, 1.7% 수준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도 검출됐다. 현재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대한 성인 의류 안전기준은 없다. 다만 아동용 섬유제품의 기준은 0.1% 이하로 정해져 있다. 김윤신 한양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피부에 밀착되는 티셔츠인 점 등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검출 수준”이라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일정 기간 노출되면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생식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단의 소재를 놓고 소비자를 우롱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네파는 우주복 소재로 만들었다며 150만원짜리 재킷을 광고 판매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네파는 2010∼2012년에 걸쳐 프리미엄급 ‘네파 블랙라벨’을 현존하는 방수 재킷 중 최고의 땀 배출 효과를 가진 제품이라고 광고했다. 그러나 땀 배출 효과가 앞선 제품은 따로 있었다. 더불어 제품에 사용된 것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복 몸통이 아닌 장갑에 사용되는 기능성 소재였고, 이 또한 등산복 전체가 아닌 안감 일부에 적용된 것이 확인되면서 소비자를 현혹한 정황이 인정됐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원사 및 원단은 제품에 드는 비용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며 “제품에 표시되는 기능에 대한 기준도 모호한 마당에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전해지긴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때 모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일하다 현재 원단 취급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최근 자체 원단을 써서 제품을 내놓고 있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데, 가령 기능성 극세사를 5%만 섞어도 쿨맥스 태그를 붙일 수 있다보니 흉내만 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표시 광고 사항을 믿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능성 의류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 방법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고가 제품의 질이 막연히 좋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의 심리도 합리적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일 기자 ivemic@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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