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도쿄가 두 차례나 하계올림픽을 유치한 것과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의 뒤를 이어 ‘일본 부활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11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기시 노부스케는 ‘쇼와(昭和·일왕 히로히토 시대 연호)의 요괴’라 불리며 일본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최근 한국계 재일학자에 의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귀태(鬼胎)’로 지목됐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의 핵심 관료였던 그는 태평양전쟁 패전 직후 A급 전범 용의자로 수감됐다가 불사조처럼 회생해 1957년 총리가 됐다.
자민당 우파의 ‘원조’ 기시 전 총리의 정치적 DNA를 물려받은 아베 총리는 올림픽 유치와 개헌 추진 등에서 외조부와 흡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64년 올림픽 개최지로 도쿄가 선정된 5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당시 일본 총리가 기시였다. 그는 도쿄 올림픽을 패전 후 경제·외교적으로 재기하고 있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기회로 삼았다.
‘일본의 부활’이란 모토는 그의 외손자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오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해 경제를 성장시킬 기폭제로 삼겠다”면서 “동일본대지진을 딛고 부흥을 이뤄낸 일본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기시 전 총리가 전후 고도성장의 틀을 만들었다면, 아베 총리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경제침체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고 있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는 현재 순항 중이다.
평화헌법 개정이 최대 정치 목표인 것도 기시와 아베의 공통점이다. 외할아버지가 못다 이룬 개헌의 꿈을 외손자가 이어받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일본에서 개헌은 평화헌법의 토대인 ‘침략전쟁의 반성’을 부인하는 것을 뜻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