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중산함(中山艦)박물관 관광지구에 있는 항일열사기념비가 철없는 관광객들의 무수한 낙서로 훼손돼 있다고 25일 우한(武漢)신보가 보도했다.
25개의 돌기둥으로 된 이 기념비는 1938년 중일전쟁 때 중산함 위에서 일본군 전투기를 요격하다 전사한 25명의 병사들을 기리는 조형물이다. 중국 혁명의 아버지 쑨원(孫文)의 호(號)를 딴 중산함은 당시 일본군에 격침됐다가 60여년 뒤 복원됐다.
우한신보에 따르면 순국선열의 항일정신을 나타내는 이 기념비는 유성잉크로 된 문자와 그림, 못 따위로 새겨진 글씨로 가득하다. 하트 표시와 함께 ‘아무개는 누구를 사랑해’라는 식의 연애 관련 낙서가 대부분이며, 자신의 실연 이야기를 상세하게 적어놓은 것도 있다.
박물관 책임자는 “낙서 내용을 보면 주로 젊은층이 쓴 것 같다”며 “젊은이들이 항일열사기념비를 이런 식으로 모독하다니 안타깝고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의 문화재 낙서 사건은 민도(民度·국민 수준)와 관련해 최근 자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베이징 외곽 첸링산(千靈山) 관광지구에 있는 10m 높이의 미륵불상에서 낙서가 발견됐다. 한 관광객이 추락 위험을 무릅쓰고 10m 높이를 기어 올라가 금도금 동상에 쉬둥휘(徐東輝)라는 자기 이름을 새긴 것이다.
지난 5월엔 이집트를 여행하던 중국인 10대가 룩소르 신전의 3000여년 된 벽 부조에 ‘아무개가 여기 왔다간다’고 낙서한 일이 뒤늦게 알려져 국제적으로 파문이 일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