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 직장인 차현도(가명)씨는 첫 캠핑의 기억을 지우고 싶다. 차씨는 “올 여름, 장비를 구입하고 처음으로 캠핑을 시작했는데 내가 상상하던 캠핑은 아니었다”며 “캠핑장엔 샤워실이나 전기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고 북적이는 캠핑장은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고 토로했다. 차씨는 시설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인적이 드물고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캠핑장으로 눈을 돌렸다.
현대적 시설을 갖춘 캠핑장이 곳곳에 들어서는 가운데 오히려 불편을 즐기려는 캠퍼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언플러그드’ 캠퍼들의 이야기다.
언플러그드 캠핑은 단적으론 캠핑장 편의시설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캠핑을 말한다, 더불어 여러 문명의 혜택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자 하는 캠퍼의 바람을 안고 있다.
써니텐이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캠핑블로거 김병선씨는 “복잡한 도시를 피해 찾아간 캠핑장에서 다시 비슷한 광경을 보니 말문이 막혔다”며 오지캠핑을 즐기게 된 사연을 전했다. 김씨는 “지방의 마을에서 운영하는 야영장 등은 시설이 부족하거나 열악해 찾는 사람이 적은 편이라 한적한 캠핑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캠핑을 위해 씻거나 요리에 사용할 20~40L 가량의 물을 기본적으로 챙겨가고, 캠핑장에선 기름을 버리지 않기 위해 튀김요리 등은 피하며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에 다가선 캠핑은 번거롭다. 전기를 끌어올 수 없으니 랜턴이나 촛불에 의지해 저녁 요리를 해야 하고, 더위나 추위를 그대로 견뎌내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이 보다 나은 캠핑 환경을 만든다.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찬 텐트와 뒤섞인 차량들, 북적이는 사람들이 뒤엉킨 캠핑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캠핑의 ‘맛’이 있다.
캠핑아웃도어와 트레일러를 전개하고 있는 최진홍 스노우라인 대표는 직접 제작하는 캠핑 장비부터 간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장비나 시설에 얽매이면 재미있는 캠핑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짐이 적으면 자연이나 여행에 대한 몰입도도 커진다”며 “지금도 20대 후반 배낭 하나 짊어지고 떠난 캠핑을 잊지 못하는데, 어둑한 산길을 홀로 걸으며 직장생활 또는 인간관계 속에서 가졌던 조급함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날의 캠핑은 최 대표의 마음가짐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됐다.
서은석 캠핑존(캠핑장 정보 제공 사이트) 대표는 오프라인 정기모임 참가자들에게 전기 사용을 지양할 것을 권한다. 서 대표는 “한적한 캠핑장에서 밤에 불빛 하나 밝혀놓고 고요함을 느끼다보면 내가 보이고, 가족이 보인다”며 “마치 집을 옮겨놓은 듯 장비를 차려놓으면 편하긴 하겠지만 캠핑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또다른 세상과는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물론 캠퍼에 따라 캠핑의 종류와 방법은 다를 수 있다”고 말하고 “다만 언플러그드 캠핑을 간다는 것은 캠핑의 의미와 이유에 대한 고민이 전제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