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지난 6일 폐막한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에 대해 외신들의 혹평이 쏟아졌다. 심각한 관객 부족과 숙소 등 주변 여건의 열악함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7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드라이버들에게는 인기가 있지만 팬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한국에서 사랑받지 못해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트랙 상태와 날씨, 풍광이 좋고 후원업체를 위한 가욋일이 적어 드라이버들은 영암 서킷을 선호하지만, 관중석이 워낙 썰렁하기 때문에 대회가 계속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는 3일 동안 15만8163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지난해(16만4152명)에 비해 약간 줄어든 수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젠슨 버튼(영국·맥라렌)은 “팬들이 경기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에 관객 없이 레이스를 하는 것은 언제나 슬픈 일”이라며 “팬이 없으면 스포츠는 존립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난점만으로 관객 부족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며 F1에 대한 한국 대중의 낮은 관심도를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열악한 숙박 여건을 꼬집었다. 온라인 매체 제이캐스트에 따르면 이번 대회를 취재하러와 목포의 러브호텔에서 묵게 된 한 외국 기자는 “침대엔 핑크색 조명이 켜졌고, 침대 옆 서랍에는 성경 대신 ‘안전한 섹스 매뉴얼’이 놓여 있었다”며 “출전 선수들이 기력을 북돋울 수 있는 환경은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회 운영상의 실수도 눈에 띄었다. 레이스 도중 불붙은 머신에 이산화탄소 소화기를 쓰지 않고 엔진 하우징에 나쁜 영향을 주는 분말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되자 일본 방송의 한 해설자는 격분하며 “여기 직원 최악이네요”라고 소리쳤다.
2016년까지 개최하기로 돼 있는 코리아 그랑프리는 내년 대회 일정을 놓고 조직위원회와 국제자동차경주연맹(FIA)이 갈등을 빚고 있다. FIA는 매년 10월에 열어온 코리아 그랑프리를 내년엔 4월 개최로 잠정 결정했다. 이에 조직위는 “준비 기간이 짧아 후원기업 확보와 입장권 판매가 어려워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내년 대회도 문제지만 1731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도 심각한 문제다.
마크 웨버(호주·레드불)는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벤트의 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웨버의 팀 동료로 이번에 코리아 그랑프리 3연패를 달성한 제바스티안 페텔(독일·레드불)은 DPA통신 기자에게 “우리가 여기 오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