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아무나 집권여당 대표 하는 게 아니다""

"서청원 "아무나 집권여당 대표 하는 게 아니다""

기사승인 2014-01-27 21:48:00
[쿠키 정치]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27일 차기 당권과 관련, “대권에 나올 사람은 당권에 나오면 안 된다”며 당권·대권 분리론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를 갖고 “아무나 집권 여당의 대표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경험이 중요하며 당을 위해 온전히 희생하고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 당권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좌장으로 유력 차기 당권 주자인 서 의원이 당권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번 발언에 대해 당권 경쟁자인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정치적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기 욕심을 채우다가는 당이 흔들린다”

서 의원은 “대권 후보는 일찍 나올 필요가 없다”면서 “흙에 파묻혀 숙성되듯 내공을 쌓아야 하고 그래야 때가 되면 주변에서 ‘누구 말고는 인재가 없구나’라는 얘기가 나오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기 욕심을 채우다가는 당이 흔들린다”며 “대권 후보가 일찍 나오면 (야권의 공격으로) 상처만 입는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그러나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일반론적 얘기”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일찍 나오지 않아 대권을 잡은 예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았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때를 기다렸다는 설명이다. 또 일찍 나왔다가 성공하지 못한 케이스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거론했다.

서 의원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하에 귀중한 취임 초기 1년을 허송세월했다”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당에 자해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집권 후 경제 활성화를 비롯해 국정을 운영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런 말을 하느냐”면서 “여당 도지사가 그러면 야당에서 뭐라고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지방선거 승리 위해 뭐든 맡겠다”

서 의원은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지금은 당권을 논할 때가 아니다”며 “6·4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당력을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6·4 지방선거 이후 출사표를 던질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고민하고 있다”면서 “지방선거 이후에는 상황을 또 봐야지. 정치는 생물이니까…”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어 “내가 선거에서 이겨보기도 하고 져보기도 했는데, 아직 안 움직여서 그렇지 실제로 뛰면 금방 (장악)할 수 있다. 누굴 만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중진 차출론도 나오는데 당에서 시키면 서울이나 경기도나 수도권 선대위원장이든 뭐든 맡겠다”고 말했다.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소신을 피력했다. 당·청 관계와 관련해선 “청와대도 여당에 힘을 좀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야권도 뭐만 나올 때마다 청와대만 찾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 복원이냐, 구(舊)정치로의 회귀냐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박 대통령의 절대적 신뢰와 오랜 경험에서 나온다. 7선으로 국회 최다선인 서 의원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로 불린다.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라는 그의 자서전 제목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서 의원은 지금 정치 복원을 꿈꾼다. 서로 소통하는 여야 관계와 보다 수평적인 당·청 관계를 지향한다. 서 의원은 “오랜만에 국회에 돌아온 뒤 여당 의원들보다 야당 의원들을 더 많이 만났다”며 “여야가 서로 속내를 털어놓으면 안 풀릴 문제가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답답할 때 상의할 수 있는 선배 의원 한 명만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어”라고 말할 때는 외로움이 엿보인다.

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두 번이나 처벌받은 전력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정치 쇄신에 걸맞지 않은 인물이라는 비판이다. 올드보이(71세)라는 지적도 있다. 보다 젊은 세력이 새누리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인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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