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피겨 여왕’ 김연아(24)를 겨냥한 일본 혐한 네티즌의 시샘 섞인 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만큼은 김연아를 꺾어주길 바랐던 일본의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가 단체전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일본 네티즌들은 연일 인터넷에 김연아를 깎아내리는 자료를 올리며 준동하고 있다.
14일 일본 혐한의 본거지인 ‘2채널'(2CH)에는 김연아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일본 네티즌들은 김연아 관련 기사를 돌려보며 저주와 증오가 담긴 댓글을 달고 있다. 이들은 특히 김연아가 경기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악수나 포옹을 하려다 엇갈리는 장면을 모은 자료에 ‘초절정 비보, 혐오스런 김연아의 굴욕’이라는 제목을 달아 인터넷 곳곳에 퍼 나르고 있다.
자료는 대부분 국내외 방송과 신문에 이미 소개된 장면을 편집한 것들이다. 긴 호흡으로 보면 ‘피식’하고 웃어넘길 수밖에 없는 것들이지만 질투심에 사로잡힌 일본 네티즌들은 이를 교묘히 편집해 활용하고 있다.
자료 중에는 금발의 어린 피겨 선수 2명이 김연아의 품으로 뛰어들다 한 선수만 김연아 품에 안기고 다른 한 선수는 김연아의 팔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간 뒤 김연아 뒤에 있는 다른 백인 여성과 포옹을 하는 모습을 담은 파일이 있다. 또 김연아가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도 있다.
캐나다 방송국 CBC에서 2009년 방송된 ‘배틀 오브 더 블레이드’(Battle of the Blades)라는 피겨 프로그램에 김연아가 출연했다가 다른 외국 선수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는 동영상도 나돌고 있다.
혐한 네티즌들은 동영상 말미에 다른 출연자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흐느끼는 사이 김연아만 미움을 받으며 어울리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연아는 피겨 여왕의 타이틀을 안고 게스트로 출연해 ‘진짜 피겨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역할을 해냈다. 즉 출연자들과 어울릴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일본 네티즌들은 이 장면에 떼어 내 수년째 김연아를 비하하는 자료로 쓰고 있다.
아예 2007년부터 최근까지 김연아가 다른 선수들이나 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증거를 담았다는 영상만 따로 모은 사이트까지 다시 인기를 모으는 상황이다.
혐한 네티즌들은 김연아 굴욕 자료에 열광하고 있다.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결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김연아 글도 점차 많아지는 양상이다.
인터넷에는 “백인 어린아이에게도 미움을 받네. 거짓 승부로 금메달을 따면 결국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구나” “뭐야 김연아 불쌍해” “아이는 정직하구나” “한국인은 어딜 가도 미움 받네”라는 비아냥이 잇따르고 있다.
혐한 네티즌의의 행태를 비판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국인이라면 나도 별로지만 이런 자료 올리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인터넷 우익들은 밥은 먹고 다니는지” “마오짱이 실력으로 이기지 못할 것 같다고 해서 김연아를 깎아내리는 자료를 보며 시시덕대다니 한심하다”는 글도 올랐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