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지난 4년간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도 850만개나 늘었지만 평균 임금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미 의회에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현재 의회에는 최저임금을 현행 7.25달러(약 7685원)에서 10.10달러(약 1만원)로 올리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미국의 최저 임금은 2009년 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침체 탓에 기업들은 임금을 올릴 여력도 없었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가게 종업원들은 지난해부터 최저 임금을 올려달라며 수차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미 노동부는 수입이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노동자가 3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 경제정책연구소는 시간당 7.25달러인 최저임금이 미 평균임금의 37%에 불과해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질구매력으로 환산하면 1953~1983년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주정부는 연방정부보다 앞서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등은 지난해 최저임금을 올렸고 메릴랜드, 사우스다코타 등은 올해 인상을 준비 중이다.
유럽도 최저임금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저임금제가 없는 독일은 2015년 1월부터 점진적으로 시간당 8.5유로(약 1만2250원)의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2017년 전국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사회민주당(SPD)이 기독민주당(CDU)에 최저임금제 도입을 받아들이라고 줄기차게 요구한 결과다. 영국에서는 최대 사용자 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이 이례적으로 임금인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은 올 4월부터 최저임금을 월 1560위안(약 27만5800원)으로 지난해보다 11.4% 높일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전체 32개 성(省)급 도시 중 27개가 최저임금을 평균 18% 인상했다. 장처웨이 중국사회과학원 부소장은 “현재 임금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동남아는 임금인상 요구가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는 지역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는 의류공장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로 일부가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캄보디아는 이달부터 월 80달러 수준의 최저임금을 100달러까지 높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하노이, 호치민 등 주요 도시 최저임금을 14~17% 올렸다. 향후 5년간 최저임금 수준을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말레이시아는 외국인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방글라데시 역시 월 38달러인 최저임금이 최근 격렬한 시위 끝에 68달러로 인상됐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100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동남아의 임금 수준이 워낙 오랫동안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준에 억눌려왔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환율 상승으로 물가 급등이 이어지면서 임금인상 요구도 커졌다. 방글라데시는 최근 4년간 물가가 40% 가까이 올랐다. 캄보디아의 노동실태조사반은 물가 등을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을 지금보다 배로 올려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