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30분쯤 전북의 한 대학병원 1층 로비에서 박모(32)씨가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A양(15)과 합의하려다 A양이 거부하자 흉기로 A양을 살해했다.
흉기를 휘두른 박씨는 인근 아파트로 도주했다가 경찰 수사망이 좁혀 오자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박씨와 A양은 지난 8일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이들은 2주간 동거하며 함께 지냈지만 의견 차이로 사이가 틀어졌다. 박씨는 A양이 만나주지 않자 A양의 집을 찾아가는 등 끊임없이 괴롭혔다.
이를 참지 못한 A양은 경찰에 박씨를 신고했다. A양은 경찰에 ‘박씨가 집 앞에 찾아오는 등 나를 괴롭힌다. 또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신고했다.
신고 사실을 안 박씨는 합의하려고 지난 26일 오전 5시30분쯤 지인의 차로 A양을 납치·감금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A양은 박씨가 잠든 틈을 타 도망쳐 나왔고 경찰에 또다시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후 A양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대학병원 안에 있는 성폭행 피해자를 위한 원스톱지원센터를 찾아가 피해 내용을 진술했다. A양은 조사를 마친 뒤 평소 앓고 있던 지병을 고치려고 같은 대학병원 산부인과에 입원했다.
박씨는 합의하기 위해 또다시 A양을 찾아나섰다. 박씨는 A양 지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A양의 병실 사진과 지인을 통해 대학병원으로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을 찾아온 박씨는 우연히 병원 로비에서 친구와 함께 있던 A양을 발견했고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박씨를 보고 놀란 A양이 대화를 거부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양의 복부를 수차례 찔렀다.
경찰은 “박씨가 A양과 합의를 하려는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낸 흔적들이 발견됐다”면서 “합의를 거부하자 A양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숨져 정확한 사건 경위는 목격자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