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당일 오전 11시쯤 모텔 로비의 소파에 앉아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술에 취한 것처럼 보였다고 모텔 직원은 전했다. 직원이 “누구시냐?”고 묻자 김씨는 “여기 손님”이라고 대답한 뒤 다시 방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김씨는 정오 무렵 자살을 암시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진상조사팀 검사에게 보냈다. ‘너무 죄송하다. 이제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 건강하시라’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곧바로 112에 신고한 뒤 긴급 위치추적에 나섰다.
김씨 신병에 이상이 생겼음을 먼저 안 것은 모텔 직원이었다. 직원은 오후 5시가 넘도록 김씨가 퇴실하지 않자 508호에 전화를 걸고 출입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자 112에 신고했다. 오후 6시10분쯤 경찰관들과 직원이 함께 방으로 들어가 보니 김씨는 침대 위에 속옷 차림으로 쓰러져 있었다. 흉기로 자해한 목 부위와 침대 위는 피가 흥건했다고 한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위치추적 신청을 해 놓은 검찰과 국정원에도 차례로 이 소식이 전달됐다.
발견 당시 창문 왼쪽의 벽면에는 김씨가 자신의 피로 쓴 ‘국정원’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취재진이 6일 오후 이 모텔을 찾았을 때는 글씨는 지워졌고 벽면에 약간의 혈흔만 남아 있었다. 방안 역시 말끔히 정돈된 뒤였다.
현장에서는 A4 크기의 종이 4장에 듬성듬성 자필로 쓴 유서도 발견됐다. 검찰은 유서에 자살 기도 이유가 담겼는지에 대해 “명시적이라 하긴 어렵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병원 중환자실에 머물다가 오후 2시 20분부터 봉합 수술을 받았다. 외부인의 접근은 철저히 통제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동성 박요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