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FATCA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금융회사에 미국 납세의무자가 보유한 5만 달러(5300만원)가 넘는 계좌(법인은 25만 달러 초과)를 미 국세청(IRS)에 정기적으로 신고하도록 한 법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금융사와 계좌 소유주는 미 정부로부터 제재(미국 내 수익·이자소득의 30% 원천징수)를 받는다. FATCA 적용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국과 ‘납세자 정보 자동교환’을 핵심 내용으로 한 조세조약을 상반기 중 체결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IRS에 신고 의무를 이행하면서 한국 국세청도 IRS로부터 한국인 계좌정보를 넘겨받는 것이다. 이는 양국의 역외탈세 혐의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한 세수 확보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이 걸린 자산가들은 은행 PB센터 등에 문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 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이면서 한국의 은행 계좌에 돈을 넣어둔 경우 한국 예금에서 나오는 이자소득도 미국 정부에 신고해야 하지만 세금을 덜 내려고 신고를 안 해온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7월부터 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자소득의 30%를 뜯기는 데다 그동안 신고를 하지 않은 데 따른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 예금을 몽땅 인출해 현금이나 골드바로 바꿔 보유하거나, 계좌 해지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기 싫어서 아예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재산 은닉과 탈세를 막기 위한 계좌정보 교환은 한·미 양국 사이에 그치지 않고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납세의무자들이 외국 금융계좌에 거액을 넣어두고 세금을 회피하는 것(역외탈세)을 막으려고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은 지난달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내년까지 회원국 간 조세정보 자동교환을 개시하는 것에 합의했다. 모든 국외 거주자 금융계좌가 금액에 관계없이 본국 국세청에 자동 통보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내년 이후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 한국 국적자가 G20 국가에 두고 있는 모든 계좌정보가 자동으로 국세청에 통보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 5개국은 지난해 계좌정보 상호 교환에 합의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 중이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계좌정보 자동교환 제도를 추진하고 있으나 조세회피처 중 하나인 룩셈부르크의 반대로 번번이 합의에 실패했다. EU 역내 탈세 규모는 연간 1조 유로(14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