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농협은행장은 지난 18일 경기도 분당의 외국계 비료회사 카길(Cargill)을 방문했다. 지난해 12월 행장이 된 지 약 3개월 만의 대외 행보다. 보통은 행장이 취임 직후 주요 거래처를 돌지만, 지난 1월 터진 정보유출 사태로 수습에 집중해온 김 행장은 이제야 인사에 나선 것이다.
농협은행은 개인정보의 시중 유출은 없다던 강조가 무색하게 최근 2차 유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검찰 발표로 한때 긴장감이 돌긴 했다. 하지만 김 행장이 거래처 방문을 재개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이 카드 관련 업무에만 매달릴 수 없다고 생각, 본연의 업무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도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은 국민·롯데·농협카드의 영업정지로 반사이익의 기회를 얻었지만 그간 섣부른 마케팅 활동으로 오히려 비난 여론이 쏟아질 것을 염려해 이벤트 홍보 등을 자제해왔지만 최근 봄맞이 이벤트 등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졸업·입학·취업 등 주요 시즌을 놓쳤다”며 “사태가 진정되고 있는 것 같아 추이를 보며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카드는 여전히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7개 전업계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사장 자리가 공석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카드 3사 CEO들이 정보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한 이후 롯데카드에는 채정병 사장, 농협카드에는 신응환 사장이 선임돼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KB금융관계자는 “국민은행 사태에 이어 카드에서도 문제가 터지면서 임영록 회장이 인사 결정에 고민이 많아 선임이 늦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