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증거 위조도 반쪽 수사…검찰, 국정원 지휘부 조사없이 결과 발표 예정

간첩증거 위조도 반쪽 수사…검찰, 국정원 지휘부 조사없이 결과 발표 예정

기사승인 2014-03-31 22:31:00
[쿠키 사회] 검찰이 간첩사건 문서위조에 직접 가담한 국가정보원 직원과 협조자를 동반 기소하면서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르면 3일 혹은 4일 최종 수사 결과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정원 지휘부에 대한 수사는 결국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윗선’을 쫓던 검찰 수사는 지난 22일 국정원 권모(51) 과장의 자살 기도 이후 기세가 많이 꺾였다. 그간 검찰에 소환된 국정원 직원 10여명도 하나 같이 “위조 사실을 몰랐다. 상부 보고도 없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검찰은 대신 국정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내부 보고서와 외교 전문(全文)에서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 관련 공문서 입수를 위해 수차례 기획회의가 열렸던 사실을 확인했다. 회의에 직접 참석했거나, 허위 공문서 전달 과정에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국정원 직원들은 수사 결과 발표 때 일괄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선양 총영사관 이인철(48) 영사와 이모(3급) 대공수사처장은 유력한 기소 대상자로 꼽힌다. 이 영사는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 발급 확인서가 중국이 아닌 국정원 본부에서 발송돼 선양영사관을 경유하는 과정에 개입했다. 협조자 김모(61·구속기소)가 위조한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 공문에 대해 ‘진본’이라는 가짜 영사 확인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증거 위조의 공범이란 뜻이다. 이 처장은 김모(48·구속기소) 과장과 이 영사의 직속상관으로서 허위 공문서 입수 과정을 총괄 기획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권 과장 역시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확인됐다. 검찰은 자살 기도에 앞서 3차례 권 과장을 불러 피의자 신문 조서 작성을 마친 상태다. 다만 그가 자살 기도에 따른 뇌손상으로 지각능력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 데다 여전히 거동을 못하는 상태인 만큼 ‘시한부 기소중지’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처장 위에 있는 김모(2급) 수사단장, 이모(1급) 대공수사국장, 서천호 2차장 등은 형사처벌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증거 위조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 윗선이 이를 지시했거나 보고받았다는 진술이나 물증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수사 막바지에 달한 현재까지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윗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며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여부는 드러난 증거를 가지고 판단할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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