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를 주문하고 현금IC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하자 직원은 카드를 받는 대신 계산대 앞 IC결제 단말기를 가리켰다. 단말기에 카드를 꽂고 비밀번호를 누르자 곧 결제가 완료됐다. A씨는 “카드를 긁고 서명만 하는 마그네틱 카드는 잃어버렸을 때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쓰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IC카드는 비밀번호를 넣는 절차가 있어 더 안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1억 건 넘는 카드고객정보유출 사태로 IC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2년 11월 도입된 현금IC카드 결제 서비스는 지난해 일평균 결제 금액이 8300만원에서 올 3월 기준 2억원으로 141% 증가했다. 결제 가능한 가맹점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현금IC카드는 ATM/CD에서 입출금이 가능한 모든 카드를 말한다.
금융당국도 지난달 10일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IC카드 결제 활성화에 나섰다. 당장 내년부터 IC단말기 설치 가맹점의 IC결제가 의무화되고 2016년엔 전 가맹점으로 확대된다.
IC카드는 앞면에 금박의 칩이 붙어 있는 카드로 데이터가 암호화돼 저장되기 때문에 MS카드보다 안전하다. 종류는 현금·체크·신용IC카드 등이 있다. 대부분의 체크·신용카드에는 IC칩이 붙어 있지만 마그네틱과 겸용이라 결제 시에는 주로 마그네틱을 이용한 긁는 방식이 주로 쓰이고 있다. IC카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IC결제 단말기도 가맹점에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IC단말기 보급을 위해 지난 4일 국민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등 8개 카드사 사장들을 긴급 소집해 1000억원대의 기금을 조성하라고 요구했다. 카드사들은 당장 기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조치로 IC결제 단말기 보급에 나서라는 뜻을 내비쳤지만 카드사들은 비용문제로 난색을 표했었다.
IC카드 결제 활성화로 보안성이 강화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당장 IC카드 이용 늘리기에만 앞장서는 당국의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C카드는 복제 위험이 없는 것도 장점이지만 비밀번호 입력을 통해 본인확인을 한다는 점에서 높은 보안성을 자랑한다. 현재 현금IC카드는 무조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고 IC신용카드는 5만원 이상 결제 시 비밀번호를 누른다.
금융당국은 결제속도를 빠르게 해 이용을 늘린다는 목적으로 비밀번호 입력이 필요한 신용IC카드 결제기준을 10만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강화를 위해 제도를 도입하면서 보안 기준을 낮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결제에 있어 편리성과 안전성은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2014년 현재는 정보유출로 사회가 홍역을 치른 만큼 안전성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때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뿐 아니라 동남아 많은 국가에서도 결제 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데 한국은 서명도 생략하는 등 편리성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