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우리 학교도 세월호 탔었는데…” 우울증에 잠긴 일선 학교

[세월호 침몰 참사] “우리 학교도 세월호 탔었는데…” 우울증에 잠긴 일선 학교

기사승인 2014-04-25 01:23:00
[쿠키 사회]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9일째를 맞으면서 안산 단원고는 물론 일선 학교들에서도 우울증이나 대리 외상, 무기력감 등 심리적 이상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가 수학여행 취소나 공무원 기강확립 등 엄숙한 분위기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불안한 학생들을 위한 집단상담 같은 정신건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다수의 중·고생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거나 다녀올 예정이었던 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지난해 세월호를 타고 단원고와 똑같은 코스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A(18)군은 “삼등실은 완전 평면이고 잡을 것도 없었는데 배가 기울어졌을 때 단원고 아이들은 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사망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심장이 덜컥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고 말했다.

올해 수학여행이 취소됐다는 고교생 B(17)군은 “우리 학교는 단원고와 반대로 내려갈 때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서 인천으로 돌아올 때 세월호를 탈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고로 (수학여행이) 전면 취소됐다”며 “뉴스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나고 잠도 안 온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일선 학교에서는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자기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까 불안해하는 정신적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세월호 관련 뉴스 접촉을 피하게 해 달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학부모 이모(45)씨는 “아이가 ‘엄마, 내가 물에 빠지면 구해주는 거지?’와 같은 질문을 자주 한다”며 “아이도 뉴스를 보며 무의식중에 ‘불안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희생자 가족과 생존 학생을 위한 상담 치료도 중요하지만, 일반 학교에서 심리적 이상을 나타내는 학생들에게도 집단상담이나 교육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의 주된 희생자가 학생과 교사라는 점, 모두가 경험한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현재 교육당국은 각종 체험학습 취소 지침, 공무원 기강확립 등 엄숙한 분위기만 강조할 뿐 학생과 교사들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는 미온적”이라며 “정신과 전문의 등과 협의해 학생들을 위한 애도 수업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만들어 오는 28일 일선 학교에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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