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속 새로 보는 이순신의 편지 “백성은 군대와 식량을 하늘로…”

세월호 참사속 새로 보는 이순신의 편지 “백성은 군대와 식량을 하늘로…”

기사승인 2014-04-27 16:09:00

[쿠키 문화] 세월호 침몰 참사로 국가적 리더십 붕괴 현실에 직면한 요즘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변란 속 백성을 걱정하는 편지가 새롭게 공개됐다. 이순신 장군 탄신일(28일)을 하루 앞둔 27일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은 전라좌도 수군절도사였던 이 장군이 경상우도 김성일 순찰사에게 보낸 편지글을 발표하며 “현장 지휘관으로서 누구에게든 자신의 판단을 명확히 밝히고, 더불어 백성의 고충을 늘 생각하면서 전쟁 중에도 농사를 지어 식량을 확보하게 한 이순신의 철저함이 엿보이는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편지는 임란 이듬해인 1593년 이 장군이 상급자인 김성일의 ‘화공을 사용해 왜구를 소탕하라’는 요청을 받고 답장으로 보낸 글이다. 작성 날자는 4월 1일이다. 당시 이미 왜구를 상대로 7차례의 대승을 거둔 이 장군은 무리한 화공보다 장기전에 대비한 준비가 먼저라며 소견을 밝힌다. 노 소장이 옮긴 글은 이렇다.

‘팔방 가운데 호남이 조금 완전하지만, 도내 장정들은 모두 바다와 육지의 전투에 나아가고 노약자들도 수송하는 일에 피폐해 있습니다. 석 달의 봄날이 이미 지나고 남쪽의 이랑은 적막하니, 변란을 겪은 곳보다 더 심각합니다. 백성은 군대와 식량을 하늘로 여기고 있으니 큰 후환이 있을 것이며, 회복할 수 있는 대책도 희박한 것입니다. 매우 걱정됩니다. 가까운 시일에 경내로 돌아가서 각 함선의 군사들을 씨 뿌리기에 진력하게 하고 명나라 군사들의 소식을 듣는 대로 즉시 바다에 내려가기를 꾀하고자 합니다.’

당장의 공격보다 군대가 피폐해진 백성을 도와 군량을 준비하고 명의 원군이 움직이면 다시 싸움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이 글에 앞서 이순신 장군은 즉각적인 화공이 불가능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역시 노 소장의 번역이다.

‘애초 생각은 진해가 부산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흉악한 적들이 요새를 지키고 나오지 않는데, 명나라 군사가 남하하는 날 수군을 거느리고 곧장 부산으로 가면 필시 후방을 돌봐야 하는 걱정이 들 것이므로 그때 이를 불로 공격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형세는 명군이 오랫동안 지체하고 있으니 만약 저들의 배를 불사르더라도 배만 없앨 뿐이고 왜구는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영감께서 알려주신 계책이 이러하니 어찌 시행될 수 있겠습니까.’

편지를 발굴한 노 소장은 충무공 탄신일을 앞두고 낸 ‘이순신의 리더십’ 개정판에서 이 편지를 처음 소개했다. 편지는 이순신의 친필 원본은 아니고, 경북 안동 김성일의 종가에서 집안 사람으로 추정되는 이가 옮겨 적은 글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입수해 자료화했다.

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훈 기자

글=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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