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위로하는 한국판 ‘위 아 더 월드’ 어떨까요… “CJ·한국연예제작자협회 나서야”

세월호 침몰 참사 위로하는 한국판 ‘위 아 더 월드’ 어떨까요… “CJ·한국연예제작자협회 나서야”

기사승인 2014-05-01 17:30:01

[쿠키 문화] 여러분은 노래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신나고 흥겹죠. 각종 모임의 분위기를 띄우는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래가 반드시 기쁠 때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망국의 아픔을 고스란히 상징한 ‘눈물 젖은 두만강’(1936)은 서민의 애환과 설움을 달래는 위로였고, ‘아침이슬’(1970)과 ‘상록수’(1977)는 군부 독재의 엄혹한 시대 속에서 민주화를 열망하는 이들의 버팀목이었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노래가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영 위치가 어정쩡합니다. 극장에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영화가 상영 중이고 TV에선 드라마와 예능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노래는 아직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가수들의 신보가 무더기로 연기됐고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은 아직 재개 날짜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지난주 인디 가수들이 모여 진행하려던 ‘뷰티풀 민트 라이프’ 공연도 경기도 고양시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하루 전날 밤 취소됐습니다.

갑자기 노래가 된서리를 맞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1990년대 이후 대형기획사 위주로 급속도로 재편된 가요계 문화와 연관이 깊습니다. 우후죽순으로 쏟아진 댄스·아이돌 음악은 노래의 기능을 축제와 소비 성격으로 굳어지게 했습니다. 슬픔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위로를 건네는 역할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곡을 부르려던 인디 가수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입니다.

그동안 노래는 엄청난 재난 앞에 고통을 함께 나누고 위로와 희망을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1985년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 밥 딜런 등 뮤지션 50여명이 아프리카에서 기아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부른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가 대표적입니다. 이 노래를 담은 싱글 음반은 ‘역사상 가장 빨리 팔려나간 앨범’이란 수식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2000만장 넘게 판매되면서 1980년대 최다판매 싱글 음반이 됐습니다. 국내에선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한마음으로 뭉치자는 뜻을 담은 ‘지금 다시 하나 되어’를 50여명의 가수들이 함께 불렀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함께 슬퍼하고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면 절대 이겨낼 수 없습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마음으로, 또 가족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노래를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곡과 가사를 만들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뮤지션들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문화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CJ나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이 나선다면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도 있겠죠. ‘위 아 더 월드’ 수익으로 장만한 구호물자를 실은 대형 화물기가 미국을 이륙하자 가수들이 눈물을 흘린 것처럼 노래 한 곡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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