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새누리당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 없는 인적쇄신은 득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후보들이 나서 김 실장 경질을 촉구하면 집토끼(고정적 지지층)를 잃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靑 쇄신 요구=박 후보는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총리 인선과 국가정보원장 교체 등과 관련해 “두세 명의 인사로는 (민심 수습이) 될 것 같지 않다”면서 “청와대라든지, 내각에 좀 더 쇄신적인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책임지고 있는 분이 책임지는 것이 국민들 정서에 맞지 않나 싶다”고 김기춘 비서실장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말하는 거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박 후보는 “최근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고, 나도 그런 생각”이라며 “청와대나 주요 인사에 법조계 인사가 많이 가는 데 여러 분야에서 균형 잡힌 인재가 (기용)됐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김 실장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암묵적으로 청와대 쇄신 대상에 김 실장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지였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론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촉발시켰다. 김 의원은 지난 24일 대구시장 선거 유세 도중 “무능한 이 나라의 총리와 행정부는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무능하고 소신 없는 청와대 비서실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청 갈등으로 비화 가능성=‘청와대 개편’이라 에둘러 말할 뿐 핵심은 김 실장의 거취다. 여권 내 분위기는 엇갈린다. 청와대 개편을 요구하는 측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김 실장을 포함한 광폭의 인사쇄신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청와대 참모진 대폭 교체까지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개편론의 향방은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정치적 판단에 달려 있다.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은 “청와대를 바꾸라고 하면 아군에게 총을 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후보들이 직접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박빙으로 뒤지는 일부 후보들은 판도를 흔들기 위해 선거운동 막판에 이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청와대 개편론이 당·청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특히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로 집토끼들이 무당파로 돌아섰는데 집안싸움까지 벌이면 새누리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더욱 늘어나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른 수도권 의원은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적쇄신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청와대 개편론이 차기 당권을 둘러싼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당내 폭넓은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