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아이템이 뭐길래 ‘컴퓨터 건드리면 죽는다’… ‘PC방 대란’ 빚은 피파 온라인3

유료 아이템이 뭐길래 ‘컴퓨터 건드리면 죽는다’… ‘PC방 대란’ 빚은 피파 온라인3

기사승인 2014-07-20 16:07:55

서울에 사는 전상윤(가명·27)씨는 지난 19일 오후 동네 PC방을 찾았습니다. 집 컴퓨터가 고장 나 문서 출력을 하기 위해서였죠. 빈 자리를 찾아 앉는 순간 직원은 “자리 주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자리로 이동하려고 하자 이내 “지금 자리가 하나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손님이 한 명도 없고 빈 자리 뿐인데 무슨 소리냐고 따지자 직원은 피파 온라인3 이벤트(사진)가 진행 중인 모니터 화면을 가리켰습니다.

피파 온라인3은 넥슨이 2012년 12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축구 게임입니다. 해외축구 팬들의 급증으로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무척 인기가 높습니다. 무료로도 즐길 수 있지만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면 그만큼 게임을 이기기 수월해집니다. 넥슨은 이날 자정부터 PC방에서 접속만 해도 유료 아이템을 증정하는 것은 물론 한 시간 마다 추가 아이템까지 뿌렸습니다. 현금으로 계산하면 5만~10만원에 달하는 아이템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니 PC방은 당연히 북새통이 됐습니다.

자정부터 자리를 선점하려는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아이템을 받기 위해 게임 접속만 해놓고 자리를 비운 곳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정작 다른 목적으로 PC방을 찾은 이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나 A친구 B다. 컴퓨터 건드리면 죽는다’ ‘자신 있으면 어디 한 번 건드려 보시지’ 등의 폭력적 내용을 담은 메모를 붙인 모니터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아 화를 참지 못하고 PC방의 모니터를 파손한 사진도 있었습니다. 중독성 강한 게임의 아이템을 향한 충성도가 빚어낸 촌극입니다.

평소 15% 정도였던 PC방 게임 점유율이 이날 55%까지 수직상승할 정도로 넥슨은 피파 온라인3로 장사를 톡톡히 했습니다. 하지만 운영에선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평소 보다 4배 가까운 접속자가 일시에 몰리다보니 게임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죠. 축구 게임 특성상 슛과 패스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대규모 이벤트를 벌이기 전에 서버 폭주를 예상하지 못했냐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게임 업체로서는 접속자를 많이 끌어 모으는 게 중요하겠죠. 그래서 갖가지 이벤트를 벌이고 조금이라도 더 모니터에 시선을 붙들어 두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전국 PC방에서 인위적인 대란을 일으키고 충성도를 시험해봐야 할까요? 흥행에만 몰두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법입니다.

조현우 기자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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