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 8일 오후 10시쯤 광주 북구 중흥동의 한 원룸으로 B양(17)을 유인해 동거 중인 자신의 남자친구 C(29)씨가 성폭행하도록 했다. A양은 “죽기 전에 예쁜 여자들과 잠자리를 실컷 해보고 싶다”는 동거남 C씨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생면부지인 B양을 자신의 원룸에 끌어들였다. 이어 A양은 원룸에 온 B양에게 흉기를 들이대고 입을 테이프로 붙였다. A양은 C씨가 B양을 직접 성폭행하는 모습을 거리낌 없이 지켜봤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결과 가출한 A양은 C씨와 1년6개월 이전부터 원룸에서 동거를 해왔다.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조건만남’을 주선하며 올린 수익금으로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A양은 올 들어 동거남 C씨가 “세상 살기 싫다. 죽을 때 예쁜 여자와 동행하고 싶다”고 하자 동반자살을 결심하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양과 C씨가 앞서 지난달에도 같은 수법으로 다른 10대 여성 2명을 원룸으로 오도록 유인한 뒤 핸드폰과 지갑 등을 빼앗고 성폭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A양과 C씨가 B양의 목을 조른 뒤 실제 번개탄 4장을 원룸 안에 피워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양은 혼자 원룸에서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이후 B양과 C씨는 지난 12일 B양 가족들의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초 B양과 C씨 등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의 시신이 발견된 원룸 창문 안쪽과 현관문의 틈이 청색 테이프 등으로 막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검증 과정에서 B양의 입 부분에 테이프를 붙였던 흔적이 발견되자 ‘타살’ 혐의를 두고 수사방향을 급전환했다. 경찰은 이후 C씨의 유서에서 동거하던 여자친구 A양의 존재를 확인해 범행을 자백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비뚤어진 애정관에 의한 ‘현대판 순장’이 현실 속에서 실체를 드러낸 셈이다. 순장은 왕이 죽었을 때 아내, 신하, 하인 등을 함께 매장하던 고대 풍속이다.
경찰은 A양과 C씨가 B양을 목 졸라 살해하려고 했으나 부검결과 당시 B양은 숨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이 질식이 아닌 가스중독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B양이 숨졌다고 착각한 A양과 C씨는 동반자실을 시도했고, 일산화탄소 냄새를 참지 못하고 원룸을 빠져나온 A양만 목숨을 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혼절한 B양과 C씨 2명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는 것이다.
광주지검은 A양의 구속기소 과정에서 이 같은 범행의 진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검사 2명을 직접 북부경찰서 유치장에 파견해 범행사실을 꼼꼼히 검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양이 동거남과 함께 살해할 목적으로 B양의 목을 졸랐으며 범행 당시 B양이 숨졌다고 판단한 점을 중시해 살인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