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 산이면 논에 수십억 마리의 메뚜기떼가 출현해 수확을 코앞에 둔 벼가 큰 피해를 입었다. 메뚜기떼들은 마을 앞 논에서 한창 영그는 낟알을 갉아먹고 있다. 추석이 코 앞인데 농심은 타들어간다.
29일 해남군에 따르면 3~4일전부터 산이면 덕호리 일대 농경지 5~6㏊에 메뚜리떼가 몰려들어 농작물을 갉아먹으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간척지에서 마을 앞 농지를 따라 이동 중인 메뚜기떼는 1~4㎝ 크기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알까지 부화하면서 피해는 더 늘고 있다.
이 마을 이병길(53)씨는 “메뚜기떼가 새까맣게 벼에 달라붙어 잎과 줄기, 심지어 낟알까지 갉아먹어 쑥대밭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메뚜기떼는 친환경 간척농지 20㏊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덕호리 마을 앞 논 2㏊가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해남군농업기술센터 안병용 작물환경담당은 “메뚜기떼는 허물을 벗고 막 나온 유충 형태로 날개 없이 벼 등을 닥치는대로 갉아먹고 있다”며 “어떤 종인지 농업과학기술원에 정확한 분석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벼메뚜기의 한 종(種)인 ‘두꺼비메뚜기’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문헌에는 이 메뚜기가 ‘황충’으로 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고 기록돼 있다. 날씨가 건조해지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집단으로 이동하며 먹을 것을 찾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남군은 메뚜기떼 피해가 늘어나자 이동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 29일 오후 친환경 살충제로 긴급 방제 작업을 실시했다.
해남=장선욱 기자, 우성규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