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피의자 강모(48)씨가 가족 사진 앞에서 고개를 돌렸다.
경찰 관계자는 8일 “강씨가 아내와 딸과 관련된 진술을 할 때는 종종 눈물을 흘렸고, 범행현장을 찍은 사진 앞에서는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질 못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만난 강씨는 순한 성격으로 이런 끔찍한 범죄를 일으킬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재취업·주식투자 실패가 범행 동기라는 경찰의 발표가 있었지만 여전히 석연치는 않다.
강씨는 사회에서 소위 표현하는 ‘엘리트’ ‘브레인’이었다.
유명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3년 전 실직하기까지 외국계 회사 두 곳과 모 한의원 등 총 세 곳에서 일을 했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상무까지 올라갔다. 회사를 그만둔 그는 재취업에 연이어 실패하자 두 딸에겐 실직 사실을 숨기고 최근 1년 간 집에서 1.5㎞ 떨어진 고시원으로 출퇴근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서울 서초구 대형 아파트(146㎡)를 담보로 5억 원을 빌려 아내에게 매월 400만원 씩 생활비를 주고 나머지는 주식에 투자했다. 생활비로는 총 1억원이 들었고, 주식에 쏟아부은 4억원은 2년 만에 1억3000만원 밖에 남지 않았다. 이러자 강씨는 자포자기했다.
하지만 강씨는 여전히 재기를 노릴 수 있고도 남는 상황이었다.
강씨가 2004년 사들인 서초동 아파트는 매매가가 11억원에 달한다. 급매로 내놓아도 9억∼10억원은 받을 수 있다. 강씨가 주택담보대출 5억원 외에 다른 빚도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남은 1억3000만원에 아내 통장에 들어있다는 3억원까지 더해 대출금을 갚고도 8억원에서 10억원 정도가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양가 부모도 모두 중산층으로 특별한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는 부부 사이에 불화가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고, 가족들도 두 사람이 원만한 관계였다고 말했다”면서 “강씨의 장모도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강씨는 현재보다는 앞으로 계속 추락할 것 같다는 미래에 대한 압박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강씨는 자기가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의지가 약하고 자존심이 강해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못하는 등 성격적 문제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범죄”라고 말했다.
강씨의 여동생은 전날 면회를 신청했지만 강씨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3시쯤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며, 현장검증은 내주 초쯤 이뤄질 예정이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