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주호 기자] 일명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뤄오던 보험사들의 행태에 제동을 건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같은 약관을 사용한 다른 보험사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4월말 기준 미지급 보험금만 2179억여원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약관에 자살한 때도 일반사망보험금보다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처럼 표시하고도 일반보험금만 지급해왔다. 심지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통보에 소송으로 맞서며 지급을 거절해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박주연 판사는 박모씨 등 2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박씨는 2006년 8월 아들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면서 재해사망 시 일반보험금 외에 1억원을 별도로 주는 특약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약관에는 자살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다. 다만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박씨 아들이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자 삼성생명은 일반보험금 630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은 거절했다. 이에 박씨 등이 소송을 내자 삼성생명은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며 이 약관도 정신질환 자살만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박 판사는 그러나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이 아니더라도 보험가입 2년 뒤에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약관에서 정신질환 자살과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뒤의 자살을 병렬적으로 기재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안 모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통일적이고 일관된 해석이라는 것이다.
박 판사는 “삼성생명 주장처럼 정신질환 자살과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뒤 자살을 나누는 것은 문언의 구조를 무시한 무리한 해석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특약 가입자들이 이 약관을 보고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거나 이에 동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특약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해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보고 검토해보겠지만 최종심까지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된 약관은 2010년 4월 이전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상품에 포함돼 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보험사들은 표기상 실수라며 약관을 수정하고 그동안 자살시 일반보험금만 줘왔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보험금의 2배가 넘는다.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