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규봉 기자] 국회가 봉초담배로 알려진 저가담배를 설 명절에 논의하겠다고 하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여론들을 종합해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국민건강 때문에 담뱃값을 올린다더니 저가 담배를 내 놓는다고? 그것이 정책이냐. 애들 장난도 아니고”, “국민건강위한다면서 저가담배는 뭐냐? 원래부터 국민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설 명절 민심을 잡아보고자 여야의원들 머리에서 나온 내용치곤 아주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는데요. 결국 위에서처럼 비난 여론의 직격탄을 맞게 됐지요.
비난 여론은 결국 금연자들을 더 늘게 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인상된 담뱃값 정책에 반기를 든 금연자가 늘어난 것이지요. 또 연말정산으로 더 낸 세금, 담배라도 끊어야겠다는 심술도 작용한 것이고요. 이는 한 설문조사에서 증명됐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흡연자 10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2.3%가 ‘현재 담배를 끊었다’고 답했다고 밝혔고, 35.7%는 ‘흡연량을 줄였다’고 답했답니다. 이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입니다. 상당히 큰 오차 범위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연자가 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여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더욱 이 조사에서 눈여겨볼만한 내용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금연 중이라고 응답한 331명을 대상으로 금연 동기를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0.2%가 ‘건강’ 때문이라고 꼽았고, 28.4%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는 것입니다. 흡연량을 줄인 절연자 366명에게 동기를 조사한 결과 58.5%는 ‘담뱃값 부담’ 때문이라고 전해왔습니다. 담뱃값 인상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응답한 695명을 대상으로 앞으로의 금연 의향을 물어본 결과 17.3%는 ‘반드시 금연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62.7%도 ‘금연할 생각이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 조사 결과만 봐도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상당히 위협적임을 느낄 수 있네요. 달리 표현하면 담뱃값이 부담돼서 금연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부 담뱃세 인상 정책에 화가 나서’라는 표현이 더 솔직할 듯 합니다.
다행입니다. 화난 마음에 담배를 한 개비 더 꼬나물 줄 알았는데, 금연하는 흡연자가 늘고 있다니 희소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말 건강을 위해서 금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초에 금연 결심한 흡연자들 ‘참지 말고 한대 피울까’하는 생각이 들면,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과 꼼수를 한 번 더 되뇌시면 훨씬 금연에 도움도 될 듯 합니다.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