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나가라는 말은 아녜요”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 나가지 말란 말보다 무서운 이유

[봉기자의 호시탐탐] “나가라는 말은 아녜요”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 나가지 말란 말보다 무서운 이유

기사승인 2015-03-13 02:40:55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직원 안전 챙긴다면서 안전 관련 예산은 삭감하더니 사우부인이 안전 챙겨준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요?” 한 네티즌이 현대중공업 여직원 퇴직종용 사태에 대해 직원 부인 채용 제도를 들며 한 쓴소리 입니다.

여직원들에게 퇴직을 종용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최근 직원 부인 안전도우미 제도를 운영하면서 직원 부인들을 채용했습니다. 직원 부인들로 구성된 안전도우미들은 연말까지 1년 동안 현대중공업 엔진기계 생산현장의 안전을 맡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은 직원 부인을 홍보 요원, 리포터 등으로 채용해 회사 가족으로서의 소속감과 애사심을 높이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직원 부인들은 갖은 명목으로 챙기면서 정작 여사원들은 자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 쓴 소리가 나오는 이유인데요.

현대중공업은 노사가 최근 불거진 여사원 희망퇴직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노조는 희망퇴직이 사실상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측은 여직원들의 문의에 따른 사안이라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데요.

먼저 노조의 얘기를 들어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9일 울산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가장한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회사의 미래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권오갑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퇴진 등 다양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이어 “회사가 지난 1월에도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희망퇴직이란 이름 아래 직원들에게 강제로 사표를 쓰도록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측의 주장은 다릅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과장급 이상 사무직 1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4일부터는 15년 이상 장기근속 여사원 579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사측은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40개월분의 급여와 자기개발비 15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인센티브로 장기근속 포상과 명예승진 등을 추가로 약속했습니다. 또 사무직 희망퇴직 이후 일부 여사원들이 희망퇴직에 대한 문의가 있어 전후사정을 알아보고 있으며, 희망퇴직을 실시하더라도 회사의 외압 없이 여사원들의 자발적인 신청에 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노조의 주장은 그저 없는 얘기인가요? 아마도 사측의 해명에 더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강제로 사표를 쓰는 일은 없게 한다고 했으니 말이죠.

그런데 왜 노조 측에서 반발하고 나설까요?

그 이면을 살펴보니, 그간 현대중공업은 노동자들을 자르고, 그 대신 오너 아들은 상무 승진을 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면서 구조조정을 할 것처럼 해놓고, 정작 사측 오너인 정몽준 고문의 아들인 기선(사진)씨를 상무 승진 시킨 겁니다. 그것도 입사 2년 만에 말이지요.

현대중공업 노조 소식지에서는 이 같은 사측의 행태에 대해 “20~30년 이상 숙련된 이들은 정리해고 하는 현대중공업이 왕초보인 정 고문의 아들 정기선을 입사 2년 만에 초고속으로 상무로 승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지요. ‘오너 경영’을 위한 후계상속과 대리경영을 위한 체제 구축이라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아직 현대중공업 측의 공식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단지 일부 언론에 “사표를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제로 퇴사를 종용하지 않았다”라고만 언급돼 있습니다.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강제로 퇴사시키지 않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미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 상태인 것은 확실합니다. 희망퇴직이 그것인데, 이런 말이 생각나네요. “굳이 나가라는 말은 아니에요~” 나가지 말란 말보다 더 무섭네요. 노조가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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