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술 팔아 더 나은 세상 연다고?” 죄악주의 사회공헌, 웬만한 기업보다 나은 이유

[봉기자의 호시탐탐] “술 팔아 더 나은 세상 연다고?” 죄악주의 사회공헌, 웬만한 기업보다 나은 이유

기사승인 2015-03-15 05:00:55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아시다시피 술과 담배는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술과 담배를 만드는 회사에 ‘죄악주’라는 말도 이래서 붙는 건데요. 지난 금요일(13일)이었지요. 오비맥주가 종로(서울시)의 나인트리 컨벤션이라는 곳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기자간담회의 주제는 음주와 흡연으로 인한 청소년 문제에 대해 오비맥주가 캠페인을 통해 건전한 음주 문화를 이끌어 간다는 내용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간다는 말도 빼놓지 않더군요. 술로 인한 폐해가 많아 술·담배 회사들은 곧잘 이런 사회공헌을 합니다. 본인들로 인해 문제가 된 것을 스스로 자정해서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하는 노력인 것이지요.

혹자는 술 회사의 이런 캠페인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캠페인이다, 술 회사가 건전한 음주 문화를 이끈다?” 시도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이도 많습니다. 곱씹어보면 술 회사가 무슨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까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오비맥주는 벨기에에 본사를 둔 AB 인베브가 100%로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AB 인베브는 버드와이저, 스텔라 등 글로벌 맥주 브랜드를 보유 중입니다. 2009년 18억 달러를 받고 미국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오비맥주를 팔았던 AB 인베브는 지난해 초 58억 달러를 들여 오비맥주를 다시 사들였지요.

당시 대표이사는 ‘고졸신화’ 장인수 사장이었습니다. 영업에 달인으로도 불렸지요. 하지만 최근 장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부회장으로 승진) 오비맥주를 인수한 AB인베브의 부사장 출신인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신임 사장(사진)이 파견돼 근무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신임 사장이 부임한 이후 외부 영업 현장과 소통횟수가 급격히 줄어 언론과의 취임인사나 신년인사와 같은 기존적인 행사도 신임 사장은 갖지 않는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 장 부회장 간에 불통이 있는 것 아니냐라는 갖가지 의혹도 불거졌지만, 사실 알고 보면 문화가 다른 한국 내에서 적응하는 시기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의혹은 의혹일 뿐,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신임 사장은 적응을 꽤 잘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이날 60여명의 출입기자 앞에서 당당하게 앞으로 오비맥주를 이끌어갈 동력과 전망에 대해 아주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과 어조로 첫 인사를 나눴습니다.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신임 사장는 첫 공식행사 자리에서 한국메세나협회, 극단 ‘오늘무대’과
‘가족대화(이하 ‘패밀리 토크’) 연극 제작 캠페인(사진)을 통해 청소년 음주 문제를 건전음주문화로 이끌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지요.



오비맥주의 사회공헌 캠페인 극단 오늘무대의 ‘가족대화·패밀리 토크’ 창작연극 중 한 장면""


당시 누군가는 연극 캠페인을 누가 먼저 제안했냐고 질문했습니다. 당연히 오비맥주에서 메세나협회와 극단 오늘무대에게 제안을 했겠지요. 연극인들 최근 경영난에 힘들다는 소식도 안 들어봤을까요? 사정이 힘든데, 오비맥주의 캠페인을 본인들이 자청하고 나섰겠습니까.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는 메세나협회의 짧은 연극도 선보여졌습니다. 사실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신임 사장의 첫 미디어 행사가 연극 캠페인이었고, 이에 앞서 이 캠페인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밝힐 때만해도 “아니 무슨 술 회사가 더 나은 세상을 이끈다는 거야”라며 비웃었지요.

연극 캠페인을 본 후 이런 비웃음은 “그래 죄악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술 회사도 엉뚱한 곳에 돈 덜 쓰고, 이런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여는 데 초석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돌아섰습니다.

가족토크 연극은 술로 인해 가족 대화가 없어지는 지금의 음주문화를 아주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짧은 연극이지만 새삼 가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가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정도였다면 잦은 술자리보단 가족을 위한 술자리로 음주문화도 바뀌겠다는 기대도 함께 생겼습니다. 가족토크 캠페인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열겠다는 말에 비웃은 것도 다소 멋적기도 했습니다. 억지로 돈을 들여가며 하는둥 마는둥 하는 타기업의 사회공헌보다 훨씬 나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또 술 잘 팔아 이문만 남기면 되는 그런 기업으로 봤으나 이런 감성 마케팅을 할 줄 누가 알았나요. 오비맥주 내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모르겠으나 어찌됐든 현재 수장인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신임 사장의 리더십이 빛나는 순간입니다.

다만 앞으로 이런 가족토크 연극을 어떤 방식으로 알릴 것이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은 듯 합니다. 가족토크 연극을 쵤영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것만으론 좋은 콘텐츠를 썩히는 겁니다. 현장중심의 홍보 아이디어도 고려해야겠습니다.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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