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기레기보다 더한 소비자 처음 봅니다” 식품이물 논란 속 소비자들의 작태 보니…

[봉기자의 호시탐탐] “기레기보다 더한 소비자 처음 봅니다” 식품이물 논란 속 소비자들의 작태 보니…

기사승인 2015-03-17 18:18:55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17일 오전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식품업체 홍보팀장 전화입니다. 자사 제품에 이물질이 발견돼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데, 아주 억울하다는 내용입니다. 바쁜데 굳이 전화해서 이런 하소연을 할까 짜증을 내보지만, 그 만큼 식품업체에게 이물질 이슈는 골칫덩어리이기 때문에 언론에 터지면 일단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난감해서 도움을 받으려는 겁니다. 소비자가 인터넷에 유포한 글을 확인도 안한 채 기사로 작성해 출고하는 기자들 때문에 죽겠다는 하소연도 빼놓지 않더군요. 출입처의 이런 전화는 비일비재 합니다.

이날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음료업체의 음료에서 곰팡이가 나왔다는 인터넷 유포 글을 보고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해 출고하는 바람에 일파만파 커지게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해당 기사를 가장 먼저 쓴 기자에게 전화해서 해명과 소비자 부분을 확인할 것을 정중히 요청하라고 합니다. 페이지뷰(인터넷 사용자가 인터넷상에 있는 홈페이지를 열어본 횟수, 언론사는 이를 근거로 광고주에게 어필하여 수익을 얻음) 전쟁이기 때문에 보통 인터넷 이슈는 마구잡이식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그로인한 업체 피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이물질 기사를 작성할 때는 그간 누차 강조했듯 식약처의 결과가 있은 후 처리를 해도 충분하지만 언론의 성급함은 식약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지요. 그래서 확인 안 된 인터넷 글들이 기사로 쏟아지는 겁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물질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가 제품 이물질 글을 자세히 살펴본 후 글을 쓴 소비자가 보상을 원하는 블랙컨슈머인가도 판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블랙컨슈머들의 요구사항을 기자들이 도와주는 격이니 이것보다 못할 노릇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번 사례는 다소 다릅니다. 블랙컨슈머라기 보단 정말로 문제가 있어 보여서 인터넷에 제품 이물질 사진을 올렸고, 해당 업체의 대응이 아쉬웠다는 얘기를 적었습니다. 기삿거리를 찾던 기자에게 해당 글이 발견되고 기자는 어느 정도의 판단을 한 다음 지체 없이 기사를 작성합니다. 작성된 기사는 포털 사이트 면 톱을 장식합니다. 해당 업체는 죽을 맛이지요.



""기레기보다 못한 소비자들 과연 누굴까요?


그렇게 기사가 나간 몇 시간 뒤 해당 언론사의 이물질 기사를 쓴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갑니다. 문제의 글을 올린 소비자입니다. 그 소비자는 “업체가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이 일로 복잡해지는 것 자체가 싫다”며 기사를 내려달라고 합니다. 기사를 쓴 기자 입장에선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어쩔 수없이 기사를 내리는 굴욕을 맛볼 수밖에요.

이런 소비자들의 유형은 업체에 회유를 당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업체 입장에서도 본인들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해결되니 아주 좋은 방법이긴 한데요. 해당 기자의 속은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요. 분명 해당 문제의 소비자에게 업체는 현금과 제품을 제공했을 겁니다. 저도 이런 경우를 당해봤기 때문입니다.

국내 유명 제과업체의 과자에서 납이 나왔는데, 그래서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식약처에 문의한 후 작성했지요. 과자에서 납이 나왔다는 거 자체가 아주 충격적인 이슈였기 때문에 여느 기자들처럼 충분히 판단 후 발 빠르게 기사를 작성했지요.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중에도 해당 소비자는 분노와 억울함을 해당 블로그에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블랙컨슈머가 아니라는 겁니다. 하루가 지나고 그 소비자로부터 한통의 메일이 옵니다. “당신이 뭔데 내 블로그에 글을 기사화하냐”고 따지는 내용입니다. 기사가 나가고 한참 후의 소비자 반응이라 당황스러웠지요. 알고 보니 제과업체에 회유를 당했을 것이라고 짐작이 갔습니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입니다. 기자답지 못한 글을 쓰거나 행동을 할 때 비난용으로 혹은 비하용으로 쓰여지는 단어인데, 위와 같은 소비자들의 작태를 보면서 “이건 뭐 기레기보다 더한 소비자들”이라는 생각에 쓴 웃음이 나옵니다. 소비자들이 기레기라며 마냥 기자들을 비웃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레기보다 더한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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