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이례적으로 제과업체들이 단일품목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출시하자마자 ‘대박’을 터뜨린 제품입니다. 그래서 출시 6개월 만에 이를 본 딴 ‘미투 상품’들이 쏟아지는 현상을 낳기도 했는데요. 제과업이나 소비재의 경우 잘 팔리는 아이템을 따라하면 매출 상승효과를 볼 수 있어 꼼수 논란에도 비슷한 제품을 마구 쏟아내는 겁니다. 다른 산업군에서는 기현상처럼 보일 수 있을 텐데요, 식품업계에선 당연시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화장품업계 등에서도 ‘허니’를 본 딴 제품들이 나오겠어요? 시쳇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 붐을 일으킬 때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허니버터칩과 관련된 논란도 많습니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드디어 허니버터칩을 맛봤다”라는 후기가 올라오는가 하면, ‘가진 자의 여유’라는 주제로 허니버터칩 인증 샷을 찍어서 SNS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니버터칩 열풍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부동산 분양에도 허니버터칩을 따라한 광고가 나올 정도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과업체들은 이 허니버터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물론 해태제과는 말 할 것도 없고, 제과업체 1위인 오리온과 롯데제과도 단일 품목으로는 이례적인 매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허니버터칩과 같은 스낵군이 아닌 상품도 날개 돋치듯 팔리고 있으며, 심지어 제2의 허니버터칩을 발굴이라도 한 것처럼 제과업체들의 제품을 맛 본 후 후기를 인터넷상에 올리고 있습니다.
자칫 네티즌들의 제과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은 대게 부정적인 면이 부각돼 업체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때가 있는데, 최근의 행태는 허니버터칩의 영향으로 과자부스러기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합니다. 가령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예전 같은 경우 과자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가 몸에 안 좋고 사 먹어봐야 제과업체 배만 불려주는 격이며, 더 나아가서는 해당 업체의 오너 문제까지 들먹이며 그저 심심풀이 땅콩처럼 씹어대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허니버터칩’의 영향 때문인 건지 뭔지 정확하게 파악은 안 되지만 어찌됐건 부정적인 면보다는 맛이나 포장 등에 품평정도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꼭 후미에 악의적인 말보다는 약간 익살스러움이 담긴 글로 마무리를 하지요.
과자 하나가 네티즌들의 성향까지도 바꿔놓았다고 하면 오버이겠지만, 확실히 변한 건 사실인 듯 합니다. 물론 허니버터칩의 음모론은 뭐냐고 이견을 보일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성향을 봤을 땐 긍정적인 측면으로 네티즌들이 돌아섰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이유의 근거는 오리온 ‘오!감자’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오리온은 최근 ‘오!감자 허니밀크’라는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사실 맛은 잘 모르겠습니다. 혹자의 말마따나 과자부스러기가 별 맛이 있겠습니까? 과자부스러기에 지나지 않지요.
이 제품은 맛보다는 포장에 그려진 캐릭터가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제품포장 전면의 벌꿀통을 들고 있는 아저씨 캐릭터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입니다. 벌꿀통을 든 아저씨 캐릭터를 양봉업자로 익살스럽게 표현하는가 하면 ‘아저씨도 먹고 살아야지’라는 생계형 댓글도 많습니다.
이렇게 인기 아닌 인기를 끌다보니 출시된 지 불과 3주 만에 허니버터칩을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네티즌들의 평가입니다. 그래서 오리온 측에 취재를 해본 결과, 실제로 출시 20일 만에 매출 24억원, 낱개로 환산 시 총 250만개가 팔렸다고 합니다. 또 광고를 하지 않아도 온라인상에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면서 ‘재미’와 ‘구매 확산’ 등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동종업체인 롯데제과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롯데제과는 캔디 매출의 효자 역할을 한 말랑카우에 신제품을 추가했습니다. 잘 팔리니, 더 다양하게 제품을 출시하는 거지요. 그러면서 연간 목표 매출액을 3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말랑카우는 특유의 폭신하면서 쫀득한 식감과 풍부한 우유 맛 때문에 허니버터칩이 나오기 전까지 상당한 입소문으로 매출고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품귀현상(실제 제품 구입을 하려다 품절돼서 구매 못한 소비자들의 증언이 많음)을 빚기도 했고요. 특히 말랑카우 TV광고가 네티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도 했지요. 젖소가 말을 하며 말랑카우를 외치는 우스꽝스런 광고 내용 때문이었는데요. 젖소의 행동을 따라하는 소비자들도 있었지요.
일부업체를 제외하면 식품업체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013년 대비 2배 이상 올랐다고 합니다. 그만큼 지난 한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인데요. 허니버터칩 광풍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였습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열기가 다소 식은 감도 없잖아 있지만, 이미 탄력을 받기 시작한 식음료업체들에게 브레이크는 없어 보입니다. ckb@kmib.co.kr
“그릭요거트 이영돈 아냐? 광고 찍어도 되?” 롯데푸드 영업사원들의 우려가 현실로!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일명 손석희 사단으로 불리는 방송 ‘JTBC’의 신뢰성이 깡그리 무너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신뢰성을 먹고 사는 언론인이 대기업 유제품 광고를 찍었기 때문입니다. 이영돈 PD아시죠? 먹거리 X파일로 유명세를 탄 언론인인데요. 아시다시피 손석희 보도부분 사장이 이끄는 ‘JTBC’는 진도 세월호 참사를 끝까지 보도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그 덕분에 종합편성채널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확보한 곳입니다. 세월호 보도 당시 시청자들은 손 사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일 정도였는데요.
날카롭기로 소문난 우리 시청자들이 왜 그랬을까요? 바로 신뢰성 때문입니다. 방송이나 언론이 뉴스를 전달하는 데 있어 가장 숭고하게 간직해야 하는 것은 정확성과 객관성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신뢰성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잖아요. “아 그거 어제 신문에 났어” 혹은 “엊그제 방송에서 나왔던 얘기야.” 이 말은 즉 신문이나 방송에 나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얘기라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언론이 신뢰성을 잃는다면 그것만큼 치명적인 것도 없습니다. 시청자가 보고 믿지 않으니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번 이영돈PD의 논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PD는 탐사보도를 지향하는 성향의 언론인입니다. 그래서 이PD는 방송을 통해 여러 가지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지요. 덕분에 스타 PD 반열에 오르기도 했지요. 공중파에서 종편으로 이직할 당시 아는 언론인들은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도 있지만 어찌됐든 이PD가 지향하는 탐사보도는 종편으로 이직을 한 후에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물론 방송이니 약간 오버하는 경향이 있지만 특유의 PD스러운 어투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었지요. 이 PD가 방송에 주로 다룬 얘기는 미원이 안 들어간 클린 맛집과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래서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소재를 주요 방송 아이템으로 정해 탐사보도를 합니다. 탐사보도답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방송을 하지요. 제가 기억하는 방송 중에 재밌었던 것은 유명 점집, 역술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방송을 보면서도 “역시 가려운 부분을 잘 긁었다” 그런데 탐사보도치곤 약간 엉성한 면도 많음을 느꼈지요. 무당이나 역술가 등을 상대로 하는 취재가 쉽지는 않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서울 양평동 롯데 신사옥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점심 약속 때문에 엘리버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동승한 롯데푸드 영업사원들이 엘리베이터 안 모니터의 광고를 보고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상당히 중요한 말을 하더군요. 그들의 말을 요약하면 이런 겁니다.
“그릭요거트 논란 이영돈아냐? 근데 그 그릭요거트 어디거야? 일동후디스라고 하든데, 그걸 뭐 대충 먹어보고 그릭요거트가 아니라고 했다가 한방에 사과했잖아. 오늘 아침 인터넷 뉴스 보니까 사과문 기사 올라왔더라고. 아 그런데 저 사람 언론인이 저렇게 방송 광고를 찍어서야 되는 거야?ㅎㅎ”
10초 남짓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임팩트 있게 할말 다하는 젊은 두 영업사원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살짝 제 눈치를 보기도 했지요. 누가 들을까 꺼려졌던 게 아니라 같이 공감해달라는 눈빛으로요.
그리고 “아니 언론인이라고 식품광고 찍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나?” 의문이 들더군요.
그런데 말이죠. 신뢰성을 먹고 사는 언론, 그것도 손석희 사장의 JTBC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요. 시청자들이 배신감에 분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먹거리의 비리를 줄곧 파헤쳐왔던 이PD가 정작 먹거리를 홍보하는 광고를 찍는다? 그것도 방송을 그대로 본 따 “직접 마셔보겠습니다”를 외치며 실제 방송처럼 광고하는 것을 보고 웃기기도 했지만 염려스러웠습니다. 언론이 가장 잃지 말아야 할 신뢰성에 치명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말이지요.
이 소재를 기사로 쓸까 말까 상당히 고민을 했지요. 분명 팩트가 확실하고 신뢰성에 찬물을 끼얹은 내용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그저 마녀사냥 정도로 생각돼서 쉽게 자판을 두드릴 수 없었습니다.
롯데푸드에는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롯데 계열사 중에서 ‘짠돌이’ 중에 짠돌이로 통하는 곳인데요. “어떻게 이런 무리수를 들 수 있을까? 열심히 하려는 용기는 가상하나 결국 돈만 날리는 셈이 되겠구나”라고 말이죠.
상상은 현실이 됐습니다. 26일 제가 아니어도 이PD에 대해선 마녀사냥식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롯데푸드는 방송광고 중단을 고려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JTBC 또한 이PD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짠돌이 롯데푸드는 괜한 잔머리 쓰다 손실을 보게 됐고, JTBC는 세월호 당시 확보한 시청률을 좀먹는 불편한 상태가 됐습니다. 이PD는 사과했습니다. 사과로는 후폭풍이 거세 보입니다. 당분간 이PD를 브라운관에서는 못 볼 듯 합니다. ckb@kmib.co.kr
“제가 수은 덩어리라고요? 억울합니다!” 참치캔의 하소연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참치요? 수은 논란으로 임산부가 먹었다간 태아나 모유에도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요.” “별거 아니야, 예전에 없어서 못 먹었어. 아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먹자고 말자고?” “먹거리가 넘쳐나니 이젠 별 걸 다 신경 쓰는구먼~.”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벌어진 수은 논란 참치캔(사진)에 대한 갑론을박입니다. 안전하니 먹어도 된다 혹은 수은 중독 우려가 있어서 임산부의 경우 먹으면 큰일 날 것처럼 의견이 분분한데요. 결론은 일주일에 400g 정도만 섭취한다면 안전하다고 합니다.
수은 참치캔 논란은 지난해 美소비자잡지 컨슈머 리포트가 임신부는 모든 참치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당시 해외 언론의 내용을 국내 언론사들이 보도하면서 국내서도 수은 참치캔 논란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컨슈머 리포트의 보도는 연구조사기관인 FDA와 성격 자체가 달라 전문성과 신뢰성에서 가치가 상당히 떨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내 언론이 이 내용을 받아썼고, 근거 없는 주장은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정작 사실이 묻히게 돼 소비자들만 혼란을 겪는 일이 발생했지요.
혼란이 일자 미국과 한국의 보건당국까지 나서 참치캔 건강권고안을 마련해 배포하기도 했는데요.
먼저 미국 FDA는 ‘임신부와 수유여성, 어린이는 영양섭취를 위해 참치캔 등 수은이 낮은 일반어류를 주당 8~12온스(230g~340g) 정도를 먹는 것이 좋다’는 건강권고안을 냈지요.
한국 식약처도 이를 근거로 2011년 10월과 2014년 8월 참치에 대한 수은 논란에 ‘임산부나 가임여성, 수유모는 상어, 황새치, 참치 등 심해성어류를 1주일에 100g 이하로 현명하게 섭취하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얼마 전 우유 3잔 먹으면 심장병의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기억하시는지요? 해외 연구결과였는데, 국내 언론들이 대서특필 했지요. 하루에 1잔도 안 먹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우유는 앉은 자리에서 못 먹을 완전식품으로 누명을 썼지요. 참치도 이와 똑같은 경우입니다.
참치캔은 보통 한 캔당 고형량이 80%정도 입니다. 쉽게 말해 100g 짜리 참치캔에는 참치 살코기가 80g 들어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식약처 권장량인 1주일 참치캔 400g은 100g짜리 5캔, 150g 짜리는 3.5캔 정도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평균 참치캔 소비량은 150g 참치캔 기준 6.5캔으로, 780g의 참치캔 속 살코기를 먹고 있습니다. 고등어나 꽁치, 갈치 등 다른 생선의 섭취량까지 포함해서 함께 판단해야 할 부분이지만, 참치캔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권장섭취량의 약 6% 밖에 못 미치는 양을 먹고 있는 겁니다. 참치캔이 안전성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거 자체가 억울한 면이 있다는 거죠.
참 한심한 노릇입니다. 수은 논란 참치캔이 불거지기 전에 그간 소비자들은 농심 라면의 벤조피렌 사건이나 삼양라면의 ‘우지 파동’을 겪었습니다. 이 식품 사고가 문제가 있었나요? 결국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전파를 타 논란만 부추긴 사례로 남았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만 혼란스러웠지요.
학습은 괜히 하는 게 아닙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하는 겁니다.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