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정미 한솔교육연구원 원장
아이와 부모가 어떻게 놀이하면서 상호작용을 하는지 관찰해봤다. 대개 부모는 놀이방에 들어서면서부터 아이에게 쉴 새 없이 말을 건넨다. “와, 여기 재미있는 장난감 정말 많다!”, “우리 어떤 것부터 가지고 놀까?”, “우리 OO이가 좋아하는 거 많네~”엄마나 아빠는 주어진 놀이시간 동안 아이와 무엇을 할지 열심히 궁리하고 먼저 시도하려 한다. 그리고 나름 아이와 잘 놀아준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것인 장난감을 가지고 어른인 자신이 시간을 내어 놀아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때때로 부모는 아이를 잘 키우려면 어른이 먼저 좋은 정보를 알려주고 친절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아이를 위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가 지금 흥미로워하는 것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와 놀아줬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아이가 무언가 하려 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활동을 제안하고 이끈다는 점에서 ‘지시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즉 위의 사례는 ‘지시적인 부모’에 속한다. “이렇게 해’, ‘그거 말고 이거 해”라며 아이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수정하지는 않았지만, 온화한 말투로 아이에게 제안했을지라도 아이의 관심 대상과는 상관없이 부모의 판단으로 요구하고 주도하는 점에서 지시적인 부모와 다르지 않다.
아이는 지시적인 부모를 좋아하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지시할 때 아이는 집중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며 부모에게 의지하게 된다. 이런 경우 상호작용은 조화롭게 이뤄질 수 없으며 결국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온화하지만 지시적인 상호작용은 일상 속에서 종종 일어난다. 세 살 꼬마가 실로폰을 치고 있으면 엄마가 다가와 시범을 보인다. ‘띵-’하고 정확한 음정을 친 엄마와는 달리 아이는 ‘띵-띵-’두드린다. 그러면 엄마는 아이가 실로폰을 정확하게 치길 바라며 “자, 봐봐, 이렇게 하는 거야? 알겠지? 해 봐”라고 한다. 아이는 머뭇거리며 다시 실로폰을 두드리지만 엄마처럼 정확하게 칠 수는 없다.
아직 실로폰을 잘 치지 못하는 아이에게 친절하게 반복해서 가르쳐주는 엄마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다시 한 번 상황을 돌이켜 보자. 물리적으로 누가 더 많은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가.
이처럼 부모가 주도하고 지시하는 것의 문제는 아이에게 너무 많은 양을 주려 한다는 데 있다. 상호작용은 말 그대로 ‘주고받는’(Give and Take) 것이다. 아이가 하나를 주면 그걸 받은 부모도 하나를 줘야 하는데, 보통 부모들은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주려고 한다. 게다가 아이가 반응할 때까지 기다리질 못하다보니 그 사이에 많은 양을 끼워 넣게 된다.
상호작용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소게임과 같다. 아이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느리기 때문에 어른보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아이와 의사소통을 할 때는 엄마 차례를 마친 후 아이가 자신의 차례를 수행할 때까지 기다려주자. 마치 시소를 탈 때 내가 한 번 올라갔다 내려오면 맞은편의 상대가 올라갈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한쪽이 여러 번 하려 해도 다른 한쪽이 내려오도록 기다려주지 않으면 시소가 움직이질 않는다. 아이와 상호작용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때론 아이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서 주고받기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는 반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머리로 ‘생각 중’이다. 아이는 단지 느릴 뿐 이다. 아이가 하려 하고, 반응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데 그 잠시를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하거나 강요하면 아이는 엄마와의 놀이에 흥미를 잃고 그 자리를 떠나버릴 것이다.
아이와 놀 때, 아이가 자꾸 엄마 곁을 벗어나려하거나 놀이 중 엄마가 “이리 와, 이리 와”, “어디 가니?”, “와, 이거 재미있는 거다”를 반복한다면 엄마는 지금 아이에게 너무 많은 양을 주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야 한다.
반면 엄마가 아이의 관심에 함께 집중하고 아이가 표현하는 양에 따라 반응하며 옆에서 지지할 때 아이는 그 활동에 오래 머물며 엄마와 상호작용을 유지한다. 아이의 반응을 기다리며 속으로 5초만 세어보자. 이때 엄마가 아이의 차례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아이의 눈을 쳐다보며 눈썹을 추어올리거나 입이나 눈을 동그랗게 만들며 ‘내가 너의 수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표시를 보내는 것이다.
하나씩 주고받는 상호작용은 아이가 상대에 주의를 집중하고 인지학습을 발달시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다. 아이가 상대와 주고받기를 지속하는 상호작용을 유지하도록 하려면 부모가 자신의 활동과 방식을 아이에게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와, 공룡이다, 여기 알이 있네”라고 한다면 엄마도 “공룡 알이 있어?”라며 아이의 말을 반영해주는 답변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의 수준과 동일한 말과 행동을 할 때 하나 주고 하나 받기 상호작용은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아이는 상대가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줄 때 자기 안에 있는 것을 내놓으며 공유하려 한다. 이런 상호작용이 반복될 때, 아이와 부모 간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아이의 잠재력이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