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황정민은 대한민국 남자 배우 중에서도 유난히 ‘믿고 본다’는 인상이 강한 배우다. 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얼굴 빨갛고 만만하게 생긴’ 이 배우의 연기력을 대한민국 관객들은 단 한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그런 황정민이 선택한 ‘베테랑’(감독 류승완)은 깔끔하고 통쾌한 수사극이다. 대한민국 흥행 공식은 다 모인 셈이다. 수사 장르에, 기득권의 패악을 전복시키는 말단 경찰에, 배우 황정민에 유아인의 연기 변신, 류승완 감독의 연출까지 모이니 두려울 것이 없다. 이쯤 되면 일부러 흥행을 의식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지만, 황정민은 최근 쿠키뉴스와 서울 팔판동의 한 까페에서 만나 “‘베테랑’을 찍으며 흥행을 의식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배우가 흥행에 대해 부담감을 갖거나 거기 휩쓸리면 재미가 없어요. 연기나 똑바로 해야지. 내가 관여한다고 해서 해결이 될 문제도 아니에요. 배우는 작품을 잘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데서 몫이 끝나는 거예요. 관객 수, 흥행 여부 같은 걸 따지면서 어떻게 연기를 해요. 흥행은 관객들이 결정하는 거죠. 내가 그런 걸 신경써가면서 연기를 하면 보는 사람도 얼마나 재미가 없겠어요.” 영화 ‘베테랑’ 만큼이나 명쾌한 대답이다.
황정민은 극 중에서 안하무인 재벌 2세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는 형사 신도철 역을 맡았다. 영화는 대한민국 서민을 대표하는 신도철 형사가 무서운 것 없고, 돈 많고, 기득권 중의 기득권이지만 비뚤어질 대로 비뚤어진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의 극악무도한 짓을 세상에 알리고 그를 벌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비춰준다. 후반, 신도철과 조태오가 직접적으로 주먹질을 하는 장면에서는 쾌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유아인과 치고 받은 후 드러누워 “이 새끼 싸움 X나 잘해”라고 내뱉으며 웃는 모습은 황정민이 꼽은 최고의 명장면이다.
“액션 연기도 아직까지는 견딜 만 하더라고요. 이거 잘 되면 ‘베테랑 2’도 만든다는데 그때도 견딜 수는 있을 것 같아요. 3편 되면 50대가 될 것 같은데, 그때는 좀 힘들지 않을까요. 관객들이 3편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10년 정도가 훌쩍 지났을 텐데요.” 액션 연기가 힘들지라도 황정민은 외국의 시리즈 수사 영화들처럼 ‘베테랑’이 우리 나라 영화계에 시리즈 수사극으로 정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제가 했던 영화 중에 가장 볼만한 것 같아요. 제가 항상 원해왔던 연기는 관객들이 저를 보며 ‘저 사람이 연기를 하는 건가? 아니면 원래 저런 성격인가?’ 하고 의심할 정도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연기였거든요. 힘 빼고, 놀면서 유들유들하게 했는데 굉장히 편했어요.”
흥행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관객은 의식한다. 언뜻 보면 어불성설같지만 황정민은 두 지점이 뜻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영화에 드는 관객 수에는 관심이 없지만, 관객들이 뭘 원하는지에는 늘 관심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저는 ‘관객이 원하는 시나리오인가, 아닌가’가 늘 시나리오 선택의 기준이에요. 관객은 어찌 보면 제 주 고객층이잖아요. 고객이 좋아하는 영화가 뭔가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해요. 지금 영화계의 주류 관객들은 빠른 속도감을 가진 헐리우드 영화, ‘본 얼티메이텀’(2007) 같은 영화를 보고 자랐던 친구들이죠. 그 취향에 제가 맞춰야 되는 것은 당연해요. 내 취향을 강요하면 안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는 달라요. 배우는 관객들을 위해 있는 직업이에요.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직업인데, 관객의 머리 위에 있으려고 하면 곤란하죠. ‘이거 좋아하세요?’하고 배우가 관객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탐구해야지, ‘이거 봐’하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숟가락 수상소감’의 주인공 다운 말이다.
rickonbge@kmib.co.kr / 사진=이창용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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