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우리 직원에 무례한 고객 나가”…김승호 대표를 보며 ‘진짜’ 생각해야 할 것

[이슈 인 심리학] “우리 직원에 무례한 고객 나가”…김승호 대표를 보며 ‘진짜’ 생각해야 할 것

기사승인 2015-11-06 10:19:55
김승호 대표 페이스북

"‘갑질 고객’은 내보내겠다는 안내문을 내 건 도시락업체 스노우폭스 김승호 대표가 화제다.

안내문의 배경은 ‘내 직원들을 지켜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책임감이었다. 김 대표는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그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우리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존중받아야 할 훌륭한 젊은이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직원에게 인격적 모욕을 느끼는 언어나 행동, 큰 소리로 떠들거나 다른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하실 경우에는 저희가 정중하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매장에 써 붙여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미담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조현아, 백화점 모녀 등 일명 ‘갑질’ 사건을 계기로 감정노동자들의 어려움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고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고객의 감정에 맞춰야 하는 일이 바로 감정노동이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라는 용어는 1983년에 캘리포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인 알리 러센 호흐쉴드(Arlie Russell Hochschild)가 쓴 ‘통제된 심장(The Managed Heart)’이란 책에서 처음 언급됐다.

신체적인 노동과는 달리 직원이 자신의 감정도 상품화가 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감정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로 인해 감정노동자들의 정신적인 문제인 ‘스마일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감정노동자는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잘못’이라고 훈련을 받는다. 직원과 고객이라는 관계와 조직 속에서 집단적 감정이 옳다고 강압 받는 것이다.

고객의 모욕적인 말과 태도에 감정이 깨져서 감정의 유리조각이 온몸으로 퍼져 당황스럽거나 화가 나게 된다. 그렇게 깨진 감정의 조각들은 흘러서 심장까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꽂히게 된다. 날카롭고 아픈 곳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은 빨리 뛰게 된다.

몸에 피가 나면 붕대로 감고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감정의 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흐르게 내버려 둔다. 그러다 보니 감정의 상처는 곪아 터져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돈의 관계로 조직망이 형성된 고객과 직원의 연결은 ‘내가 돈을 주는 사람이니 너의 감정은 내가 조절해도 된다’는 심리가 고객의 생각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반대로 ‘고객의 돈에서 나의 노동에 대상 보상이 채워진다’라는 심리는 직원의 생각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이러다 보니 고객의 머리 속은 ‘자신감’의 심리가 단단해져서 ‘자만감’으로 변한다. 이 때문에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 보낼 ‘배려심’이 없어진다. 반대로 직원의 머리는 ‘자신감’이 사라져서 ‘열등감’이 자리하게 된다. 그 결과 가슴으로 ‘죄책감’이 내려가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머리와 가슴에 자리 잡은 ‘열등감’과 ‘죄책감’이란 심리는 직원으로서 절대로 얼굴의 표정과 입술을 통해 말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고 강압을 준다. 그 대신에 단단하고 보기에 기분 좋은 ‘하회탈 모양의 가면’을 쓰도록 가르친다. 무서우면서도 놀라운 것은 이 가면을 자주 쓰다보면 습관이 돼 직원 스스로도 자신이 얼마나 아프고 상처가 곪고 있는지 모르게 가리는 마취제로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이 가면에 중독 돼 버리는 것이 바로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을 앓게 되는 현상이다.

이번 ‘무례한 갑질 고객은 안 받겠다’는 안내문을 통해 감정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길 바란다. 김 대표처럼 자신들의 직원을 막아줄 방패가 될 만한 CEO 밑에 있지 않다면 스스로 방패가 돼야 한다. 그래야 돈보다 소중한 감정을 깨지지 않게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정노동자 직업 중에 가장 위험한 군(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1위부터 30위까지 항공기 객실 승무원부터 간호사, 비서, 사회복지사, 그리고 보육교사까지 감정노동을 많이 하는 직업을 조사했지만 진짜 0순위가 발표되지 않았다.

바로 ‘엄마’라는 직업이다. 가장 가면을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이다. 엄마가면, 아내가면, 며느리가면, 주부가면, 아줌마가면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갑질을 하는 문화도 사라져야 겠지만 감정노동자 직업 0순위 ‘엄마’들의 자존감이 회복될 수 있는 문화도 형성되길 소망해본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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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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