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8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0대5로 완패했다.
패배의 원인이 뭘까. 무려 160㎞ 안팎의 직구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선발 ‘괴물’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 파이터스·사진)의 역투였을까? 아니면 2회 일본 타자 히로타 료스케의 3루수 앞 땅볼이 베이스를 맞고 굴절된 불운일까? 그것도 아니면 낯선 경기장일까? 혹시 원정 개막전에 대한 부담감일까? 스트라이크존 적응 실패일까?
아무리 패배의 원인을 찾고 찾아봐도 시원치 않은 ‘핑계’일 뿐이다. 그냥 패배도 아닌 영봉패로 진 것은 무엇인가 이해되지 않는 원인이 있다. 지금까지 한일전을 지켜봐왔던 결과 재팬시리즈 MVP 이대호, 예비 메이저리거 박병호까지 우리 선수들은 너무 ‘냉정하고 객관적’이었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지나친 객관화’가 이번 한일전 영봉패의 원인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문화적 유전자(meme)’라는 것이 있다.
이 용어는 1976년에 클린튼 리차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가 쓴 책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처음 사용된 말이다. 이것은 생물학적인 유전자(gene)가 아닌 모방 등에 의해 문화로서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는 비언어적인 문화 요소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스어 ‘복제된 것(mimema)’과 유전자(gene)의 결합으로 등장한 말이다.
부모와 자식의 생물학적으로 복제된 유전자처럼 문화적으로 세대와 세대 간의 복제되는 감정과 생각이 바로 ‘문화 유전자(meme)’인 것이다.
지금까지 한일전은 온 국민의 관심이었고, 패배는 곳 국가의 치욕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한(恨)’이 온 국민의 가슴에 문화유전자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말을 죽이고 일어를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각 가정의 문화인 ‘성’을 버리고 일본식으로 고치는 창씨개명을 강압했다. 또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일본군에게 강제 징용된 위안부 피해자분들께 진심어린 사과한번 받지 못한 억울함 등이 지금 세대까지 가슴 속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1910년부터 시간이 흘러 100년이 넘었다. 시간의 간격으로 문화유전자도 시들해져가고, 국제적으로 자주 치러지는 서로간의 경기를 통해 ‘정신력’ 보다는 객관적인 실력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뜨거운 가슴은 차갑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역사적으로도 1825년 영토 전쟁을 겪었을 만큼 앙숙 관계이다. 이 두 나라는 가깝고도 먼 사이인 우리와 일본의 모습과 닮았다. 그 만큼 두 국가의 축구경기는 뜨겁다 못해 전사들처럼 싸운다. 골 하나에 울고 웃는 국민들은
IMF 때 박찬호 선수와 박세리 선수의 활약이 국민들의 힘든 마음을 위로 했던 것처럼 한일전의 승리는 일제강점기부터 가슴 속에 새겨진 국민들의 집단적인 고통과 신음을 위로와 기쁨으로 승화시켜주는 역할을 해왔다. 현실에서 정치인들의 권력다툼과 경제인들의 집안싸움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한일전의 승리는 위안이 됐지만, 이제는 선수들 자신에게서 문화유전자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로 인해 한일전을 보는 국민들도 뜨거워지기 보다는 승패에 대한 다른 핑계와 원인을 찾기 바쁘다.
이렇게 저렇게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스포츠만이라도 희망 전도사 노릇을 이어가길 바란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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