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이후 규모가 가장 컸던 이 집회에서 농민 백남기(69·전남 보성)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후 중태에 빠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집회가 끝난 후 이어지고 있는 논쟁은 간단하게 정리됩니다.
“불법 폭력시위였다!” vs “경찰의 과잉진압이었다!”
여당과 경찰은 쇠파이프 등을 동원한 시위대의 폭력적 행태가, 야당과 시위참가자들은 물대포, 캡사이신을 쏴댄 경찰의 과도한 진압이 문제였다고 충돌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현재 부딪히고 있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중간’은 없어 보입니다. 여당·경찰의 말을 들어보면 과잉진압은 ‘전혀’ 없었고, ‘오로지’ 경찰을 향한 시위대의 폭력만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야당·시위참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시위대는 ‘완전히 평화적’이었고, 이런 시위대에게 경찰이 ‘괜히’ 과잉진압을 한 겁니다.
이상하네요. 16일 보도된 ‘오마이TV’ 단독영상을 보면 경찰은 분명히 백씨의 ‘머리’를 조준해 물대포를 쐈습니다. 차벽에 연결된 밧줄을 당기는 백씨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죠. 백씨가 쓰러진 후 물대포를 계속 쏜 것에 대해 “쓰러진 줄 몰랐다”고 하는데, 쓰러지기 전부터 이미 문제투성이였습니다. 그렇다고 시위대의 과격 행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분명히 경찰버스에 위에 앉아있는 전(의)경들을 사다리를 들어 올려 공격하기도 했고, 방패를 들고 서 있는 전(의)경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현실은 ‘폭력시위였나, 과잉진압이었나’가 아니라 ‘폭력시위도 있었고, 과잉진압도 있었다’입니다. 시위 참가자, 경찰 병력까지 포함해 무려 10만 명이 넘게 모인 집회 상황을 ‘깔끔하게 이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책임은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요. 모르겠다면 2005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 ‘모범답안’이 나와 있습니다.
2005년 11월 여의도에서 쌀협상 국회 비준 반대 시위를 벌이던 농민 전용철, 홍덕표씨가 경찰의 과잉진압에 사망했죠. 12월 27일에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하며 이런 말을 합니다.
“공권력도 사람이 행사하는 일이라 자칫 감정이나 혼란에 빠지면 이성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인데, 폭력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이 이와 같은 상황을 스스로 조성한 것임에도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국민들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겁니다. 양쪽의 힘이 부딪혔을 때 ‘특수한’ 쪽에 더 큰 책임을 지워야 하고, 그 특수한 쪽은 과격한 시위참가자들이 아니라 공권력이라는 거죠.
참가자들의 폭력적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위독한 국민’을 제쳐두고 ‘다친 경찰’을 먼저(서울대병원을 가기는 갈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위로한 일국의 총리(황교안)와 ‘위독한 국민’의 가족이 듣게 될 걸 뻔히 알면서 “미국에선 경찰이 시민을 쏴 죽여도 정당하다”는 말을 태연하게 뱉은 현역 국회의원(이완영)의 작태에 한숨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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