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는 지난 25일 최고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레이드 던전 ‘파괴된 신계의 관문’을 업데이트했다. 이 던전은 난이도 별로 1~4단계로 나뉘어 있고, 각 단계마다 유저가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다르다. 한 단계를 클리어할 경우 다음 단계 도전이 가능하지만 같은 곳은 일주일 동안 재입장 할 수 없다. 같은 던전에서의 반복적인 아이템 파밍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업데이트 당일 오후 11시, 같은 단계에서 재입장이 가능한 버그가 발견됐다. 해당 내용은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면서 던전에서 반복 파밍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유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넥슨은 29일 오전 4시경 던전 입장을 임시 중단했다.
문제는 넥슨이 버그를 쓴 유저들에 대한 대응을 기존 약관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다.
약관수정 전 ‘테라’의 ‘시스템‧버그 악용에 대한 제한 규정’에 따르면 ‘버그 혹은 시스템 오류를 반복 또는 악용하여 게임에 혼란 또는 타인에게 피해를 초래한 경우’에 해당하는 유저에 대해서 영구 접속 제한 및 부당이득 회수 조치를 내려야 한다.
그러나 넥슨은 30일 1회 버그를 이용한 유저들에 대해 ‘계정 접속제한 90일 및 부당이득 회수’로 약관을 바꿔 처벌 수위를 낮췄다.
이에 유저들은 “게임 관련 약관이나 운영 정책을 수정 시 공지를 통해 유저들에게 알리는 과정이 없었다”며 “넥슨이 회원 수 감소를 막기 위해 약관을 바꿨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통상적으로 법이나 운영정책이 바뀐 상황에서 개정 전 사례에 새 법이나 정책을 소급 적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이번 테라 사태의 경우 엄연히 홈페이지에 약관이 공개 명시되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사측이 단순 오기 수정을 사유로 일방적으로 수정·추인한 데에 ‘유저들에 대한 심각한 기만’이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한 유저는 “버그를 알고 쓴 어뷰저들의 처벌 수위를 낮춘 건 다른 유저를 개·돼지로 본 것”이라면서 “넥슨이 과열돼가는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유저 이탈을 막으려고 저급한 꼼수를 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넥슨 측은 “1차 적발로 영구 접속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며 “‘테라’를 넥슨으로 이관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권고 조치에 따라 이 부분을 수정했지만 잘못 노출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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